시진핑, '트럼프 2기' 앞두고 "中, 美와 계속 대화·협력 용의"(종합)

연합뉴스 2024-11-17 12:00:06

바이든과 마지막 정상회담…"대만·민주인권·제도·발전권리는 中美 4대 레드라인"

"서로 적으로 삼아 경쟁하면 中美관계 퇴보…기술통제, 강대국이 추구할 것 아냐"

16일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평화공존'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대만 문제 등 '레드라인'도 제시했다.

17일 중국 외교부와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16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열고 "미국은 막 대선을 치렀다"고 전제한 후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쓴다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한다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대화 유지·협력 확장·이견 관리를 할 용의가 있다"며 "중미 관계의 평온한 이행(過渡·transition)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양국 인민을 이롭게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것은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세 번째 미중 정상회담으로, 그가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담이 마지막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양국이 외교·안보·무역·재정·금융·군사·마약·법 집행·농업·기후변화·인문 등 20여개 분야의 소통 메커니즘을 복원·신설해 성과를 거뒀다며 "지난 4년 중미 관계는 부침을 겪었지만 우리 두 사람의 지도로 성과 있는 대화와 협력도 전개해 총체적으로는 안정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이어 "지난 4년의 경험은 정리할 만하고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투키디데스 함정'(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고 '신냉전'은 해서도, 이길 수도 없다. 대(對)중국 억제는 현명하지도, 가능하지도,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언제나 말한 것을 지키는데 미국이 늘 말과 행동이 따로라면 미국의 이미지에 좋지 않고 양국 상호신뢰도 해칠 것"이라면서 "중미 두 강대국의 교류에서는 어느 한쪽이 자기 뜻에 따라 상대방을 바꿀 수 없고 이른바 '힘의 지위'에서 출발해 상대방을 압제해서도 안 되며, 자국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민주 인권, 제도, 발전 권리는 중국의 4대 레드라인으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는 중미 관계의 가장 중요한 가드레일이자 안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양국이 파트너·친구가 돼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하고 서로 성취한다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대방을 라이벌·적으로 삼아 악성 경쟁을 하고 서로 상처를 입히면 중미 관계는 곡절을 겪거나 심지어 퇴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세계는 혼란·불안하고 충돌이 빈번하며 새 문제와 오랜 문제가 얽혀있어 인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강대국 경쟁이 이 시대의 기초 논리여서는 안 되고, 단결·협력이어야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새로운 과학·기술혁명과 산업혁명이 한창인 때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은 해결책이 아니고 호혜 협력이야말로 공동 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는 강대국이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고, 개방과 공동 향유야말로 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두 강대국인 중국과 미국은 응당 천하의 이로움을 고려해 혼란스러운 세계에 확실성과 긍정적 에너지를 더 많이 불어넣어야 한다"며 "양국은 양국 인민의 행복과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 현명한 선택을 하고,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계속 모색해 이 지구상에서 장기간 평화공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