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후 연뿌리·토란 재배해 칩 가공·유통…뿌농 임민혁 대표
천연재료에 비법 가미…고소한 맛, 없어서 못 팔 정도 '인기'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정읍=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연뿌리나 토란과 같은 뿌리채소를 이용해 과자를 만드는 주식회사 뿌농의 임민혁(31) 대표의 목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데 있지 않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같지만 우리 이웃들에게 건강과 함께 행복까지 가져다주는 '가치'가 깃든 식품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임 대표는 "어머니들이 어린 자녀에게 먹이거나 장성한 자식들이 고향의 부모님께 보내드리며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지속해서 만들어내고 싶다"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인 뿌농은 뿌리채소 농사·농식품을 줄인 말이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임 대표는 애초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3년가량의 간호사 생활에 대해 그는 "너무 행복했다"고 되돌아봤다.
밤낮이 수시로 바뀌는 교대 근무에 몸은 천근만근이었으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행복하게 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병원이 경영을 위해 환자들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회의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즈음 전북 정읍에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뿌리채소 칩'을 생산하던 부모님이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히면서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좋은 음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쁨과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고 고심 끝에 서울 생활을 접었다.
아직은 세상 물정 모를 법한 28살 어린 나이에 내린 그 결단은 귀농과 사업가로의 변신의 시작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젊은 사업가들이 '데이터'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는 직접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시장을 찾아 소비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제품을 고르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그가 내린 결론은 '행복한 맛을 입힌 식품'이었다.
그는 "가장 품질 좋은 원재료와 천연재료로 만들어 건강을 챙길 수 있게 하고,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게 한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래서 임 대표는 연뿌리와 토란을 무농약 방식으로 직접 재배해 수확한 뒤 씻고 데치고 자르는 과정까지 직접 한다.
맛의 비결은 특허받은 제조법에 있다.
10년 이상을 연뿌리와 연잎을 이용한 요리 전문가로 일하다 뿌리채소 칩을 개발한 부모님께 넘겨받은 비법이다.
임 대표는 "원재료를 3일 동안 숙성시키고 좋은 기름으로 살짝 튀긴 뒤 기름을 빼내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몸에 좋은 것은 물론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칩이 탄생하게 된다"고 자랑했다.
실제 뿌농에서 생산된 뿌리채소 칩은 건강을 생각하는 최고의 재료에 정성과 맛이 더해진 식품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귀농 첫 해 연간 8천만원을 밑돌았던 매출액은 올해 3억5천만원을 훌쩍 넘겼다.
정부가 청년 귀농인과 기업인을 키우기 위해 지원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융자받은 5억원으로 짓는 새 공장이 연말 안에 완공되면 내년부터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공장 완공에 앞서 새로운 제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은 연근, 토란, 현미 등으로 만든 칩을 주로 생산했으나 비트, 우엉, 당근, 고구마와 같은 뿌리채소를 주원료로 한 과자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재료에 기능성 원료를 첨가한 각종 건강기능식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원재료를 인근 농민들과의 계약재배로 생산해 지역 농가와 동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든다는 '따뜻한 상생 계획'도 갖고 있다.
임 대표는 그동안 생긴 든든한 우군들이 옆에 있어 성공을 더욱 자신한다고 했다.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로 식품 개발과 제조의 적임자인 정세윤 생산팀장을 오랜 설득 끝에 스카우트해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하게 했고, 문화기획자 출신인 이자연(31) 총괄팀장을 합류시켜 제품의 스토리 개발과 이미지 메이킹을 맡겼다.
특히 투자 자문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업무차 임 대표와 알게 됐던 이 총괄팀장은 그의 열정과 비전에 반해 뿌농으로 적을 옮겨 일하다 이제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임 대표는 "시련은 있겠지만 평생을 함께할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고 자신이 있다"며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건강과 행복을 선사하려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doin1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