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 국내 출시…몰입감 최고지만 가격은 '글쎄'

연합뉴스 2024-11-17 08:00:33

혼합현실 헤드셋 15일 판매 개시…가격 499만원

비전 프로 사용 장면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고객님은 지금 보라보라섬에 와 계십니다. 홀로 조용한 곳에 있고 싶을 때 최고죠."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국내 출시한 15일, 애플 명동에서 기자가 비전 프로를 착용한 채 '환경' 기능을 켜자 눈앞에는 붐비는 매장 대신 야자수가 살랑거리는 보라보라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펼쳐졌다.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하자 튀어나온 작은 버튼을 누르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홈 화면이 바닷가에 나타났다.

비전 프로 홈 화면

애플은 비전 프로를 '공간형 컴퓨터'라고 부른다. 메시지와 전화, 페이스타임 같은 기본적인 통신 기능은 물론, 보라보라섬 같은 이색적인 환경에서 색다르게 영상을 시청하거나 업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앱 모양이나 인터페이스는 아이폰, 패드와 유사하지만,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터치하는 대신 누르려는 앱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엄지와 검지를 짧게 맞대는 점이 크게 달랐다. 마치 눈이 마우스 커서가 된 느낌이었다.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다 보니 정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글자 버튼 간격이 좁은 가상 키보드도 무리 없이 사용 가능했다.

비전 프로의 진가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볼 때 드러났다.

아이폰 15 프로 모델부터 지원하는 '공간 비디오' 기능으로 촬영한 가정집의 생일 파티 동영상을 틀자, 케이크가 올려진 탁자 테이블 주위에 사람들과 같이 둘러 앉아있는 것 같았다.

비전 프로 동영상 감상

어렸을 때 보던 팝업 동화책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화면 크기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매장 한 면을 꽉 채울 만큼 키울 수도 있었고 손가락 제스처로 줌 인·아웃도 가능했다.

애플 TV에서 농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볼 때는 몰입감이 더 높았다. 공이 눈앞으로 날아오르는 등 경기장 1열에서 경기를 직접 감상하고 있는 듯했다.

코끼리, 코뿔소 같은 동물은 그 질감과 움직임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생동감 있었다.

아직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비전 프로용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비전 프로 기능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늘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였다.

맥에서 보던 화면을 바로 비전 프로에서 볼 수 있도록 연동성을 늘린 점도 장점이었다.

그러나 600g이 넘는 무게를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눈에 닿는 부분에 쿠션이 있고 두상 크기에 맞는 스트랩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장시간 착용은 어려웠다.

비전 프로 체험하는 소비자

가격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실내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용도로만 활용한다면 499만원의 가격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영상 편집 등 업무에 활용한다면 컴퓨터를 눈에 쓰고 거대한 빔프로젝터 화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지불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 프로는 일반 대중보다는 얼리어답터를 대상으로 하며, 신기술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용성이 떨어졌던 것처럼 앞으로 생태계가 갖춰지면 비전 프로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는 비전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2천500여 개의 앱이 있다.

카카오[035720]가 지난 12일 애플 비전 프로에서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게 업데이트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비전 프로용 업데이트가 늘면 활용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명동 매장에서 비전 프로를 처음으로 구매한 차호종(31) 씨는 "업무상으로는 맥을 연결하는 기능을 가장 많이 쓸 것 같다"며 "폼팩터 측면에서는 돌파구가 필요하지만 애플이 사용자경험(UX)에 대한 탐구는 마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전 프로 첫 구매자 차호종 씨

두 번째로 비전 프로를 구매한 스타트업 대표 이호종(34) 씨는 비전 프로를 인공지능(AI) 보이스챗 등 서비스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의사들이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을 연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며 "AR, VR이 쓰이는 시대는 무조건 올 것이고 여기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전 프로 체험을 원하면 7개의 애플 스토어에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hyun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