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짝 찾아드려요"…지자체·종교계에 아파트단지까지 '오작교'

연합뉴스 2024-11-17 00:00:22

'나는절로'·'설렘인한강' 인기…원베일리결혼정보회서 최근 2호 예비부부 탄생

'한국 소멸 위기' 속…"뚝심 있게 추진해야" vs "청년세대 가치관 바꾸진 못해"

'70대 1 경쟁률'…양양 낙산사서 만난 견우와 직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경제난·취업난·사회적 변화 속에서 젊은이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풍조가 확산되자 지자체, 종교계에 이어 아파트 단지까지 온 사회가 청춘 남녀의 오작교가 되겠다고 나섰다.

청춘 남녀가 짝을 짓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각계가 청년세대의 결혼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서울시는 오는 23일 한강에서 요트 데이트를 즐기는 '설렘, in 한강'을 한강공원 세빛섬에서 개최한다. 100명을 모집하는 이 행사에는 총 3천286명이 신청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시가 직접 참가자의 주민등록등본, 재직증명서, 성범죄 이력 등을 검증해 보다 안전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시 외에도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를 개최하며 인구 절벽 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솔로몬(SOLO MON)의 선택', 대구 달서구의 '고고(만나go 결혼하go) 미팅', 전남 광양시의 '솔로엔딩', 경남 김해시의 '나는 김해솔로' 등이 유사한 취지의 복지 정책이다.

일부 지자체는 행사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커플에게 추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도 템플스테이와 단체 미팅을 결합한 '나는 절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만 총 네 차례 진행됐다.

가장 최근 열린 '나는 절로, 백양사'에서는 남녀 7쌍이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해 절반 이상의 매칭률을 기록했다.

재단은 저출산을 해결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부터 진행해온 '만남 템플스테이'를 올해부터 '나는 절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원베일리결혼정보회

최근에는 남녀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아파트 단지 내 주민 모임도 결성되고 있다.

원베일리결혼정보회(원결회)가 대표적이다. 원결회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동명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결혼 중매 모임이다.

원결회 회장 이모(68) 씨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에 "여러 명도 필요 없고 결혼할 사람 딱 하나 찾으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지 않나"라며 "자녀들에게 좋은 반려자를 만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원결회 회원은 총 350명이다. 이들 회원은 모두 부모 세대로, 만남의 주체가 되는 자녀는 약 400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녀 세대의 연령대는 1977년생부터 2002년생까지 다양하다.

한번 만남을 갖는 데 수백만 원이 드는 결혼정보회사와 달리 원결회는 아파트 주민끼리 만남을 주선해 신뢰도가 높고 비용도 저렴해 주민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원결회 가입비는 10만원, 연회비는 30만원이다.

작년 성남시 미혼남녀 만남행사 '솔로몬의 선택'

원결회는 정기적으로 자녀 세대 미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대일 매칭도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현재까지 총 두 커플이 결혼 날짜를 잡았다.

일대일 매칭은 가입 시 제출받은 신청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씨는 "결혼정보회사가 아닌 만큼 원결회는 아파트 주민 여부만 확인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과 9월에는 단체 미팅을 진행했다. 첫 번째 단체 미팅은 세빛섬 플로팅 아일랜드에서 진행돼 큰 주목을 받았다.

연애 프로그램처럼 상대를 향한 선입견을 배제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규칙도 설정했다.

첫 번째 모임 당시에는 참석자들이 가슴팍에 나이, 이름을 모두 적었다면 두 번째 모임에는 자기소개를 할 때야 나이 공개가 가능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추천을 통해 외부인도 원결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모임의 폐쇄성을 개선하기도 했다.

이씨는 "결혼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당장 결혼하지 않아도 흠이 되는 세상이 아니다 보니 더욱 만남을 갖기 어렵다"며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년간 젊은이들이 사람 만날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라고 짚었다.

기성세대가 결혼 중매에 앞장서는 것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소멸할 수 있겠다'는 실존적 고민을 이제 대다수 국민이 하고 있다"며 "지자체 예산 문제, 위화감 조성 등 여러 지적이 있지만 국가 위기 극복 차원에서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세대가 가진 결혼 가치관을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도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토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과거 규범만을 들이민다면 변화하는 건 없을 것"이라고 했다.

win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