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전 세계가 유인 달 탐사 임무에 뛰어들면서 달에서의 주요 전력원으로 차세대 원자로가 주목받고 있다.
1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각국은 유인 우주탐사의 기저 전력원 중 하나로 우주 원자로를 고려하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탐사선이나 로버 등은 전력원으로 태양광 발전을 활용해 왔지만,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각종 인프라가 들어서면 태양광은 한계가 크기 때문에 기저전력원인 원자력을 찾는 것이다.
김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SMR기술개발부 책임연구원은 "화력은 질량 대비 출력이 낮고 태양광은 집광판 열화 문제와 환경 문제에 따른 간헐성이 있다"며 "원자력은 발사 사고 시 핵물질 누출 문제가 있지만, 단위 질량당 에너지가 훨씬 큰 전력원"이라고 말했다.
NASA의 아르테미스 연계 화성 탐사계획 '문투마스 아키텍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자력을 주 유인탐사 에너지원으로 써야 하는 이유로 달에선 밤인 14일 동안 영하 150도 극한 환경에서 태양광 없이 버텨야 하는 점, 화성에선 모래폭풍으로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이는 점 등을 들었다.
이 중에서도 주목받는 건 트럭에 실을 수 있는 크기로 가장 작은 원자로 중 하나인 히트파이프 원자로다.
물을 쓰는 원자로와 달리 액체금속과 방열 파이프로 냉각 시스템을 구축한 게 특징으로 파이프로 노심에서 열을 뽑아내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연료를 한번 넣으면 10년간 전기를 생산하고 원자로 전체 무게도 3.5t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2028년 실증을 목표로 기업들과 히트파이프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고, 중국은 2035년까지 러시아와 달 기지 원자로를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도 원자력연이 2019년 설계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창의형융합연구사업을 통해 달기지용 히트파이프 원자로 설계기술과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원자력은 원자로뿐 아니라 원자력방사성동위원소 발전시스템(RPS)과 원자력열추진(NTP), 원자력전기추진(NEP) 등 추진시스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RPS의 경우 원자력연이 개발한 원자력전지가 2022년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성능검증위성에 탑재돼 전력을 생산하기도 했다. 지구 저궤도에서 방사성 물질 사용이 금지된 유엔(UN) 규범에 따라 이 전지에는 실제 방사성 동위원소가 쓰이진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발표한 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우주 에너지 중 하나로 원자력을 지정하고 심우주 추진 등에도 활용하겠다는 등 우주 원자력 개발계획을 담아 둔 상태다.
김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한국과 우주개발 협력 대상 중 하나로 한국이 강점을 가진 통신과 원자력 분야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기회 삼아 체계적 협력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21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국가 방위와 우주탐사를 위해 SMR 활용을 촉진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우주 원자로에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을 연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면서 고농축우라늄을 활용하기 어려운 한국도 원자로를 개발할 길이 열린 상황이라고 김 책임연구원은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2032년 발사되는 한국 달 착륙선에도 원자력 전지가 들어간다는 계획이 있다"며 "미국과 협력을 잘해야 동위원소 수입도 가능한 만큼 국내 우주탐사 전략에서 미국과 협력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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