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눈에서 흘러내리는 고통과 아픔, 기쁨의 구슬들이다. 그 구슬 하나가 가슴에서 파앙- 소리를 내고 터지면 몸이 통째로 흔들리고, 채 몸 밖으로 나아가지 못한 물이 고인다. 슬픔의 강, 그 위로 배 한 척이 지나간다. 안과 밖이 온통 물이다.
나는 눈물에 대해 환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뭔가 특별난 영역처럼 느껴진다. 순간이지만 동물인 인간에게 영성을 보게 하는 신의 선물이며, 정결한 숭고미가 곁에 와 달라붙는다고 굳게 믿는다. 정화된 영혼에서 나온 한 방울의 수액!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남자에 대해서는 추앙하는 마음마저 든다. 찔찔 짜는 게 아닌 제대로 심장이 녹아내리게 우는 남자란 매력적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별난 인간이다.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여지없이 깬 작품이 바로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이다. 이런, 이토록 독특한 제목이라니! 내 너를 어찌 지나치랴. 나는 눈물을 '사용'이라는 말과 연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현실적인 제목으로 어떻게 썼을까. 작가의 ‘눈물’은 다양했다. 이름 붙이기도 힘들었겠구나 싶을 정도로.
이기적인 눈물, 탐욕스러운 눈물, 죄책감의 허울을 쓴 두려움의 눈물, 헤픈 눈물, 굴복의 눈물, 삼킨 눈물이나 화석처럼 굳은 돌 눈물들이다. 글의 화자(話者)인 '나'는 울지 않거나 못하는 대신 그럴 때마다 '오줌'을 싼다. 사실 나는 ‘내 갈긴다’로 쓰고 싶다. 그 순간 배뇨하는 시원함을 느꼈을 정도로 공감이 되는 장면이라서.
소설가 박민규는 "누구도 모르게 오직 나만이 를 읽고 싶은 마음이며, 누군가가 을 읽으면 질투를 느낄 것"이라고 써서 없던 질투심을 일게 한다. 나는 책에 대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만, 못된 스포일러가 될까봐 참는다. 그녀의 글들은 직접 읽고 느껴야 한다. 남의 말을 듣지 마라! 두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나의 눈물 사용법은 뭘까 생각해 본다. 꼭 밖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우는 건 아니다. 울지 못하는 눈물이 무섭다. 나오지 않는 눈물이 더 기막힐지도 모른다. 내 안에도 사용하지 못한 울음들이 혈관을 타고 목까지 올라 왔다가 마른 침과 함께 꿀꺽 삼켜지기도 하고, 가슴 근처에서 머물러 앉아 언제 나갈려나 기다리기도 한다.
때때로 사용하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울고 싶은 날이 있지만,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 그 누군가가 당황할까봐, 웃고 싶은 날인데 괜히 슬퍼질까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그래도 눈물 사용권을 한 두세 번 써 보았다. 세 명의 선후배 여자에게. 남자도 한 명 있긴 하다. 현재진행형에다 미래형인 그 남자는 외로울 게다. 그에게 눈물 사용법을 알려주어야 하려나.
히비스커스 차를 마시며, 미와 사랑의 여신의 후손들이라는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을 듣는 책!
◆이경은 주요 약력
△서울 출생 △계간수필(1998) 등단 △수필집 '내 안의 길' '가만히 기린을 바라보았다' '주름' 외 8권. △그 중 수필 작법집 '이경은의 글쓰기 강의노트', 포토에세이 '그림자도 이야기를 한다', 독서 에세이 '카프카와 함께 빵을 먹는 오후' △디카 에세이집 '푸른 방의 추억들' △수필극 '튕' △한국문학백년상(한국문협 주관), 율목문학상, 한국산문문학상, 숙명문학상 등 수상 △현재 방송작가, 클래식 음악 극작가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