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욕 2·3위…"배출 1∼7위 주(州)엔 중국 내 6곳"
반기문 전 총장 등 기후총회 전면 개혁 요구…산유국 연속 개최 등에 우려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전 세계 도시 가운데 중국 상하이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곳으로 지목됐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조직한 환경단체 '기후 추적'(Climate Trace)이 1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진행 중인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하이는 작년 기준 2억5천6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어 일본 도쿄가 2억5천만t, 미국 뉴욕이 1억6천만을 배출해 상하이의 뒤를 이었다. 미국 휴스턴과 한국 서울은 각각 1억5천만과 1억4천200만t으로 세계 도시 가운데 4·5위의 배출량을 기록했다고 기후 추적은 전했다.
도시별 주요 배출원은 차이가 있었다. 상하이는 산업 및 항구 활동이 주된 배출원으로 꼽혔고 도쿄와 뉴욕, 서울은 대도시의 에너지 소비였다. 휴스턴의 경우 석유·가스 생산이 핵심 원인이다.
온실가스를 연간 10억t 이상 배출하는 7개 주(州) 가운데 6개는 모두 중국에 있었다. 6위인 미국 텍사스(7억t)를 제외하면 산둥성(12억t)과 허베이성(11억t), 장쑤성(10억t), 광둥성(10억t), 산시성(7억t), 랴오닝성(6억t) 등이 1∼7위였다.
COP29 회의장에 나온 고어 전 부통령은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미국의 대표적 산유지인 텍사스의 퍼미안 분지를 꼽았다.
그는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러시아나 중국의 오염도 높은 어떤 지역을 떠올렸지만 실제 분석 결과는 퍼미안 분지 한 곳이 다른 지역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기후 추적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등의 주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여기에 지역·시설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교통 데이터, 에너지 사용량 등의 데이터를 결합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상관관계 등을 유형화한 뒤 최종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탈탄소 정책을 서둘러야 하는데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유엔의 기후변화 논의 틀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총회를 산유국이 잇달아 개최하고 각국 대표단 가운데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로비스트형 인사들이 포함된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등은 기후 과학자들과 함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의 총회는 더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더 작은 규모의 회의를 더 자주 개최하고 개최국 선정 기준에도 강력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올해 총회도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이 개최한 점을 문제 삼으며 회의 체계의 근본적 개편을 촉구한 것이다.
각국 대표단에 에너지 업계 인사가 다수 참여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국제기후단체들의 연합체인 '큰 오염자들 내쫓기'(KBP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대표단에 석탄 대기업인 스미모토 직원이, 캐나다 대표단에는 석유업체 선코어 관계자가, 이탈리아 대표단에는 에너지기업 에니(Eni) 직원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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