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두컴컴한 동네 끝에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조명가게가 하나 있다.
그리고 이 가게에는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들이.
'조명가게'는 '무빙', '타이밍' 등을 만든 강풀(본명 강도영) 작가의 대표작으로,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유독 공포 분위기가 짙은 웹툰이다.
유독 외진 동네, 이곳은 밤이면 깊은 어둠에 잠긴다. 유일하게 환한 곳은 자그마한 조명가게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곳에 이상한 손님들이 등장한다. 손이 뒤집힌 듯 손가락 안쪽에 손톱이 있는 여자, 귀에서 모래가 쉼 없이 흘러나오는 남자, 땀을 물처럼 흘리는 남자 등이 가게에 들어선다.
사장은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는 점을 알아챈다. 그리고 엄마 심부름으로 전구를 자주 사러 오는 단골 학생인 현주에게도 신신당부한다.
낯선 사람에게서 어딘가 기이한 구석을 발견하더라도 절대 이를 알아챘다는 점을 내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무렵 동네 곳곳에서도 묘한 일들이 이어진다.
막차도 끊긴 버스 정류장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는 수상한 여자, 아무리 걸어도 끝이 나지 않는 골목길을 울면서 걷는 남학생, 저절로 문이 열리고 물건 위치가 바뀌는 집에 갇힌 여자 등의 사연이 차례로 소개된다.
강풀은 1화부터 15화까지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공포감을 극대화하다가 이후 등장인물들의 숨은 사연을 풀어내고,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 감동적인 이야기로 빚어냈다.
초반에는 다소 느린 전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쾌한 공포감 때문에 답답할 수 있지만, 16화부터 이를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이 때부터 공포에서 감동으로 장르를 전환하지만, 그렇다고 뻔한 신파로 빠지지는 않았다.
어둠과 빛이라는 간단한 요소로 무서움을 극대화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유독 어두컴컴한 골목, 불현듯 찾아오는 정전 등을 활용해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심을 자극한다.
'조명가게'는 '아파트', '타이밍', '어게인'과 함께 강풀의 '미스터리심리썰렁물'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이 그렇듯 다른 작품하고도 세계관을 공유한다. '아파트', '어게인'에도 나오는 양 형사 캐릭터가 작품 말미에 등장해 다른 웹툰과도 내용이 이어진다는 점을 암시했다.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으며, 다음 달 4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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