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유명작가 예술섬 첫 완성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전남 신안군이 세계적인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을 각 섬에 설치하는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의 첫 결실로 신안군 도초도에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57)의 작품이 들어섰다.
1천4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각 섬에 하나씩 미술관이나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예술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임스 터렐(노대도),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비금도)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예술섬 조성을 협의하고 있다.
이 중 처음으로 완성된 도초도 프로젝트에는 아이슬란드 태생의 덴마크 작가 엘리아손이 참여했다. 엘리아손은 자연 현상에 주목하며 수학과 과학, 건축 등 다른 분야와 융합해 설치와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리움미술관에서 2016년 열린 엘리아손 개인전에는 15만명이 찾아 미술관 개관 이래 유료 전시 최대 관람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도초도의 관광 명소인 도초수국정원 정상에 설치된 엘리아손의 '숨결의 지구'는 용암석 타일로 구성된 지름 약 10m 크기 구(球)형 구조물이다. 언덕을 올라 마치 고분에 들어가듯 좁은 입구를 지나면 뚫려 있는 천정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붉은색과 녹색, 청록색의 다면체 패턴 타일과 만나면서 3차원과 2차원을 넘나드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공사비는 47억원이 투입됐다.
엘리아손은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 안에 들어가면 바닥, 천정도, 지평선도 없다"면서 "마치 지구의 자궁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며 지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초도의 지형이 화산 활동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해 섬의 유산을 계승해야겠다고 생각해 용암석 타일을 활용했다"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업하려 했고 현지의 수많은 이들과 협업함으로써 최대한 주변 환경을 보호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숨결의 지구'는 25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완전한 구형이라 4∼5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 데다 작품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안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받고 1명씩 입장해 5분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작품이 들어선 도초도는 55.28㎢ 규모에 2천300여명이 사는 섬이다. 목포에서도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들어가야 하는 도초도는 엘리아손 작품 설치를 계기로 관광객 유입 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진행된 준공식에는 마을 주민들도 모여 함께 작품 완성을 축하했다.
신안군은 도초도에 이어 내년 안좌도에 플로팅 뮤지엄, 내년말 비금도에 안토니 곰리 미술관, 2026년 자은도에 박은선 조각 미술관을 완공하는 등 예술섬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자치단체가 살아남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숨결의 지구'는 처음 완성된 것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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