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9연패 빠진 한국야구…믿었던 불펜 무너졌다

연합뉴스 2024-11-15 23:00:37

프리미어12 일본전에서 역전패…조별리그서 탈락 위기

투런 홈런 허용한 정해영

(타이베이=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야구가 일본과 프로 선수끼리 맞붙은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했던 건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이었다.

당시 한국은 0-3으로 끌려가던 9회초 대거 4득점 해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갔고, 그대로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까지 차지했다.

이후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일본전(7-8 패)부터 쌓인 패배는 어느덧 9연패가 됐다.

그 사이 한국 야구가 일본을 잡은 건, 우리는 프로 선수가 출전하고 일본은 사회인(실업) 선수가 출전한 두 차례 아시안게임뿐이다.

한국은 15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WBSC 프리미어12 2024 일본과의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3-6으로 재역전패했다.

'좋다'

이날 패배에 아쉬움이 남는 건, 경기 중반까지는 앞서가며 일본전 연패 탈출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회초 홍창기(LG 트윈스)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낸 한국은 2회말 선발 최승용(두산 베어스)이 2점을 내줘 1-2로 역전당했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구원 등판한 유영찬(LG 트윈스)은 5회 1사까지 2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리고 한국 타선은 4회초 박동원(LG)의 솔로포로 동점을 만들고 5회초 대타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의 2타점 적시타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역전이요'

유영찬의 뒤를 이어 등판한 좌완 불펜 곽도규(KIA 타이거즈)가 5회말 투아웃을 잡아놓고 갑자기 제구가 흔들린 것이다.

이번 대회 3경기에 모두 등판한 곽도규는 좌타자 다쓰미 료스케에게 볼넷을 내줬다.

우타자 모리시타 쇼타가 등장해서도 교체 없이 마운드를 그대로 지켰고, 또 볼넷을 허용했다.

2연속 볼넷에도 우리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고, 좌타자 구리하라 료야와 상대하다가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를 채운 뒤에야 이영하(두산 베어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리고 이영하가 마키 슈고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 3-4로 다시 역전당했다.

역투하는 곽도규

강력한 불펜이 강점으로 꼽힌 한국 대표팀 전력에 약점이 있다면 좌완 투수 품귀다.

선발진에는 최승용, 불펜에는 곽도규와 최지민(KIA)까지 둘뿐이다.

곽도규는 제구가 흔들리던 중에도 일본 좌타자와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를 내려가지 못했다.

결국 투수 교체 시기를 놓친 게 화근이 됐다.

7회말에는 1사 1루에서 최지민을 구원 등판한 정해영(KIA)이 모리시타에게 쐐기 2점 홈런을 허용했고, 이는 결정타가 됐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선수들은 일본에 위축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은 한국 야구에 깊은 상처를 남긴 대회다.

선취점을 내 앞서나갈 때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등판한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져 4-13으로 완패했다.

'동점이야'

그 대회가 끝난 뒤 한국 야구에는 여러 진단이 내려졌고, 이번 대회는 눈앞의 성적보다 2026년 WBC,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대비하는 무대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은 대체하기 힘든 일부 포지션은 30대 초중반 베테랑을 뽑았지만, 대부분 젊은 선수를 선발했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4.6세다.

이들은 일본을 상대로도 위축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한국은 또 일본을 넘지 못하고 일본전 9연패에 빠졌지만, 2026년 WBC에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이날 패배로 슈퍼라운드(4강) 진출이 어려워진 한국은 우리시간으로 16일 오후 7시 30분 도미니카공화국과 조별리그 4차전을 벌인 뒤 18일 오후 1시 호주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두 경기 모두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다.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