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규 "김정은, 러시아 파병 주민 반발 전혀 의식 안할 것"

연합뉴스 2024-11-15 19:00:39

"북한 주민, 자식에 피해 갈까봐 파병 불안해도 표출 못해"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탈북한 이일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주민에게 알려지더라도 민심이 동요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이일규 위원은 15일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통일부·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의 북한인권 공동토론회에서 특별초청연사로 나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소식이 북한 내부에 알려지기 시작하면 자식을 군대에 보낸 주민들은 당연히 불안해지겠지만 그 불안을 표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북한 주민의 경우 자식을 군대에 보내면 어디로 보내졌는지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게 북한 시스템"이라며, 군대에 간 아들이 파병 부대에 포함됐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만약 러시아 파병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다가 감시망에 걸리면 자신뿐만 아니라 혹시 러시아에 가 있을지 모르는 자식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불안감을 표출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엘리트 계층은 자식을 파병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봤다.

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민의 반발이나 우려를 전혀 의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위원은 단언했다.

이 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4대 세습을 달성하는 데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가 큰 위협이 된다고 보고 관련 대응을 빠짐없이 검토하고 지시한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중국, 시리아, 이란, 쿠바 등과 동류로 다루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북한이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관련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나라들을 상대로 지지 로비를 벌이고, 그러한 나라들이 실제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어느 나라가 외국 영상을 본다고 처형하고, 인터넷 접속을 불법으로 처벌하느냐"며 "북한의 인권 상황은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로 비판받는 여느 국가들과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특별히 따로 취급하듯이 북한인권 문제도 별도 유엔 기구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