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ADC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접합시켜 암세포를 주변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표적으로 삼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타격, 사멸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월드 ADC 2024’에 참여해 받는 ADC 치료제와 플랫폼 기술을 선보였다. 월드 ADC는 전 세계에서 1200여 명 이상의 전문가와 산업계 관계자가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ADC 콘퍼런스다.
이 자리에서 셀트리온은 현재 개발 중인 2종의 ADC 신약 파이프라인 ‘CT-P70’과 ‘CT-P71’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해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주목받았다. 이 후보물질들에는 셀트리온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발굴한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 'PBX-7016'을 활용했다.
CT-P70은 비소세포폐암 ADC 후보물질로 암세포에서 활성화되면 종양의 성장을 유발하는 ‘cMET’를 표적으로 삼는다. CT-P70은 시험관 및 생체 내 cMET 발현 폐암·위암에서 종양 억제에 효과를 보였으며, 독성 시험에서도 충분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CT-P71은 방광암을 비롯한 고형암 치료를 타깃으로 개발 중인 ADC 치료제로, 종양에서 관찰되는 넥틴-4(Nectin-4)을 표적으로 한다. CT-P71은 비임상 연구에서 방광암·유방암·폐암의 종양 억제에 효능을 나타냈고, 독성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보였다. 특히 기존 넥틴-4 표적 ADC에 비해 보다 개선된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나타냈다.
동아에스티의 ADC 전문 계열사 앱티스는 개발 중인 ADC 신약 파이프라인 AT-211의 비임상 연구결과와 앱티스의 차세대 링커 플랫폼 앱클릭을 집중 소개했다. 앱클릭 링커 플랫폼 기술은 3세대 ADC 링커 기술로, 항체 Fc 도메인의 특정 위치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결합할 수 있고, 돌연변이 항체 제작이 필요하지 않으며, 균일한 품질의 항체-약물비율(DAR)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앱티스는 현재 국내외 항체 및 페이로드 전문 기업과 ADC 공동연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내년에는 구체적인 R&D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리가켐바이오는 월드 ADC에서 베스트 ADC 플랫폼 기술 최고상을 수상했다. 현재 ADC 플랫폼인 ConjuALL(콘쥬올) 기술을 활용한 다수의 ADC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콘쥬올은 기존 ADC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효능 및 대량생산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링커 기술을 개선해 더 효율적으로 암세포에서 끊어지고, 혈중에서 좀 더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은 ADC 전용 CDMO(위탁생산개발)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제1·2바이오캠퍼스 인근에 500리터 규모의 ADC 전용 CDMO 시설을 건설,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지상 4층 규모의 이 ADC 생산시설은 세계 최대 CDMO시설(항체 생산시설)인 송도 1·2캠퍼스 인근에 자리잡은 지리적 이점과 기존 항체·세포주 기술을 바탕으로 초기 개발단계부터 상업생산까지 ADC 개발·생산의 전 과정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송도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미국 시러큐스에 있는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위해 약 80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관련 시설에 대한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업계에 다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해 13조 원에서 2028년 39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ADC는 암세포에 약물을 배달하는 유도미사일로 비유되곤 한다”며 “ADC는 선진 제약시장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