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개인투자자들은 공모펀드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수 요건이 없다는 점 말고는 ETF와의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아 상장 공모펀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ETF 대비 높은 수익을 내는 등 운용사들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정례 회의를 통해 공모펀드 상장거래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이르면 내년 2분기 투자자들은 일반 주식시장에서 공모펀드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공모펀드는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가입, 환매할 수 있다. 편하게 MTS·HTS를 통해 실시간으로 거래하는 주식과는 달리 접근성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거래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펀드 상장거래를 추진하게 됐으며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운용사들은 기존 공모펀드 중 요건을 충족한 펀드에 대해 새로운 '상장클래스'(X클래스)를 신설해 거래소에 상장한다. 상장된 공모펀드들은 온·오프라인 대비 낮은 보수, 수수료로 적용돼 투자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공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또 기존 투자자들은 보유한 A클래스나 C클래스 펀드를 상장클래스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상장 공모펀드의 경우 ETF와 달리 기초지수 연동 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지수를 90%를 반영하는 패시브 ETF보다는 낮은, 지수를 70% 이상 반영해야 하는 액티브 ETF와 유사하게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시장은 상장 공모펀드가 액티브 ETF와 큰 차별점이 없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와의 차별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라며 "지수 관련 조건이 없는 것이 차별점인데 이것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로 증명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의 반응을 끌어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단기적으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ETF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정도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공모펀드는 증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가 대부분으로 전체의 88%에 달하는데, 주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이는 현재 상장된 여러 ETF들과 상품군이 겹치는 것이다.
먼저, MMF의 경우 금융채 ETF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MMF는 주로 국고채와 은행채와 같은 채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금융채 ETF가 이와 유사하다.
또 주식형 펀드 중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증권자투자신탁'의 규모가 3조8780억원으로 가장 큰데, 편입된 자산으로는 TSMC,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으로 IT기업의 비중이 60%가 넘는다. 이는 반도체 특화 ETF, 나스닥 ETF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은 운용자산이 4조원으로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의 규모를 넘어섰다.
아울러 최근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수 인하 경쟁에도 나서고 있어 낮은 보수도 투자자들에 매력으로 다가가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운용사들은 순자산이 조 단위인 ETF들의 총보수를 연 0.009% 수준으로 낮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결국, 상장 공모펀드만의 차별성을 극대화하려면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ETF 대비 더욱 높은 수익률을 보여야 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공모펀드 상장거래 서비스의 성공적인 출시‧운영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도 상장 공모펀드가 더욱 차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간담회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당국의 실무자들과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참가회사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경험과 역량이 상당한 만큼, 상장 공모펀드가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낮은 비용, 거래 편리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투자자 보호 기반 위에서 적극적 운용과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하는 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