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이 벼랑 끝에 몰렸다. 15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는 것은 물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는 수긍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은 만큼, 사실상 대권가도에는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유죄…징역형 집유 의원직 상실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고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백현동 개발 사업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한 이 대표의 발언 일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 처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 총책을 맡은 인물이다.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데 관여하고,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았었다. 그는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으로 검경 수사를 받던 2021년 12월 21일 성남시 분당구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는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핵심 이슈인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에서의 각종 비리와 피고인과의 연관성을 끊어 내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다'는 발언과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게 됐다'는 발언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백현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발언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스스로 백현동 부지의 활용 방안으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한 것"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당한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경우 올바른 선택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통해 파급력·전파력이 컸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고 선거 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 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 왜곡도 고려해야 한다"며 "동종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과 벌금형이 초과하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 대표는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방송사 인터뷰와 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 이재명, 항소 예고…"수긍하기 어려운 결론"
정치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놓인 이 대표는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선고 후 법정에서 나와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에 법정은 두 번이 더 남아 있으나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 항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이라며 "우리 국민들도 상식과 정의에 따라서 판단해 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다음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치러질 예정인 만큼, 이 대표의 대선 도전은 불발되는 것이다.
또한 정당법상 선거권을 상실하면 당원 자격도 상실되기 때문에 당 대표직도 내려놔야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인 만큼,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지난 대선 선거비용 434억원도 반납해야 한다.
◇ 野 침묵…'사오분열' 됐던 與 모처럼 한 목소리 "사법부 결정 존중"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결과가 나오자, 여야의 반응은 갈렸다. 야권은 침묵했고, 최근 친윤(친 윤석열)·친한(친 한동훈)으로 분열됐던 여권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나온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 판결 선고로 인해 민주당이 판사와 사법부를 겁박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반드시 지키겠다"며 "어제 더불어민주당 정권 5년간 뭉갠 특별감찰관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더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용기 있는 사법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진화는 계속됨을 증명해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재명의 죄상과 트럼프의 죄상은 성질이 다르다"며 "이재명 대표의 트럼프 대통령 부활과 같은 꿈은 그저 헛꿈"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선 "유일 체제 이재명 일당에서 벗어나 당명에 부합하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며 "더 이상 민생과 정치를 이재명 무죄의 볼모로 잡지 말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민주당은 여당과 함께 정상적인 정치를 시작할 기회"라며 "함께 국익과 민생에 매진하자"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이 잘못'이라는 당연한 원칙이 재판에서 확인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당연한 일을 두고 국정과 국회가 멈춰버릴 정도의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통탄스럽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거짓말을 포함해 온갖 개인 비리와 부정 혐의를 받으면서도 승승장구하는 이재명 대표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 사회를 크게 후퇴시키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백현동 용도변경이나 대장동 개발 비리는 정말 이해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표면화되자마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정계 은퇴를 할 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을 향해선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재명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침몰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도 '미몽'에서 깨어나 헛된 방탄에 이용되는 '비정상 정치'가 아니라 이제라도 국민을 위한 '정상 정치'로 회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