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승 모두 교체 선수가 득점하며 분위기 바꿔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홍명보호가 신들린 듯한 선수 교체 타이밍에 힘입어 월드컵 예선에서 파죽의 4연승을 행진을 벌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15일 현재 B조 선두(승점 13)를 달린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논두렁 잔디 위에서 치러야 했던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 무승부에 그치며 '삐끗'했지만, 이후 4연승을 내달리며 선두 독주 체제를 굳힌 홍명보호다.
각각 2, 3위인 요르단, 이라크(이상 승점 8)와 격차는 승점 5로 벌어졌다.
유럽 무대에서도 '특급 골잡이'로 통하는 손흥민(토트넘), 파리 생제르맹(PSG)이라는 '빅클럽'에서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은 이강인, '월드클래스 센터백'으로 인정받는 김민재(뮌헨) 등이 공수에 포진한 한국은 이제 객관적인 전력에서 웬만한 아시아 국가는 넘보지 못할 수준으로 올라섰음을 매 경기 증명했다.
다만, 과거 한국이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중동 팀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 등에 휘말려 '일격'을 당한 적이 드물지 않았던 터라, 최근 4연승 경기의 고비마다 적절한 선수 교체로 활력을 불어넣어 득점을 생산해낸 홍 감독의 지략도 주목받는다.
홍 감독은 오만과 원정 2차전부터 14일 끝난 쿠웨이트와 원정 5차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교체 선수를 통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오만전에서는 막판까지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후반 44분 황희찬(울버햄프턴) 대신 그라운드로 들어간 스트라이커 주민규(울산)가 후반 56분에 3-1 쐐기골을 꽂았다.
요르단과의 원정 3차전에선 후반 6분에 투입한 오현규(헹크)와 배준호(스토크시티)가 17분 뒤 2-0 승리를 매조지는 골을 합작했다.
이 경기는 대표팀의 주포인 손흥민이 부상으로 결장한 악재 속에서 치러졌다.
게다가 경기 중 황희찬과 그를 대신해 들어간 엄지성(스완지시티)이 잇따라 부상으로 쓰러져 자칫하면 3차 예선 전체 양상이 최악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홍 감독은 과감하게 2000년대생 두 '영건'을 그라운드로 내보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배준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어 요르단의 백기를 받아냈다.
오현규는 이라크와 4차전(한국 3-2 승리)에서도 후반 14분 오세훈(마치다) 대신 투입되고 나서 15분 뒤 한국이 2-1로 앞서나가게 하는 득점을 올렸다.
쿠웨이트전에서도 홍 감독의 교체 카드가 빛났다.
한국은 전반전 오세훈의 헤더 선제골, 손흥민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2-0으로 앞서가다 후반전 초반 추격골을 허용했다.
불안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배준호가 후반 29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의 침투 패스를 3-1 쐐기골로 연결했다.
문전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수비수를 제치고 완벽한 슈팅 기회를 포착해 낸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한국은 이번 3차 예선에서 총 11골을 넣었다. 이 중 4골을 홍 감독이 교체로 투입한 선수가 책임졌다.
교체 선수의 득점 비중이 36%나 된다.
4골 중 3골은 홍 감독이 교체카드를 쓰고서 15분 안에 뽑아냈다. 요르단전에서 나온 오현규의 쐐기골만 17분 걸렸을 뿐이다.
홍 감독은 2021년부터 이번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약 3년 반 동안 K리그1 울산 HD를 지휘했다.
3차 예선에서 교체 투입돼 골을 넣은 세 선수 모두 홍 감독이 울산에서 직접 지도했거나 상대 구단 선수로 관찰한 바 있다.
홍명보호는 현지 시간으로 17일 오전까지 쿠웨이트서 훈련 뒤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한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후 11시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치르는 팔레스타인과 5차전에서도 승리한다면 월드컵 본선행의 '8부 능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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