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근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와 함께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혀 주목 받는다. 특히 사내 경영진이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정관을 바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회 의장이 회장을 겸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의장은 △이사회 개최 결정 △회의 주재 △이사회에 부의할 사항에 대한 결정을 한다. 의장의 선택에 따라 중요한 시기에 이사회 개최 여부가 정해질 수 있고, 회의에 올라올 안건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대표이사나 회장(오너)이 아닌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하는 경우가 다수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도 최윤범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용퇴가 이사회 독립성 강화로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는 만큼 이사회의 경영진 경제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각자대표제를 도입, 최윤범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약 8개월 만에 이번에는 이사회 의장에서도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 회장은 사내이사로서 경영에만 몰두한다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제도는 최근 산업계 큰 흐름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KT&G, LG이노텍 등이 일찌감치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해외에서는 애플과 월트디즈니, 유니레버, 보잉 등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등용하고 있다.
주요 ESG평가기관들도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꼽는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게 이사회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감시를 위한 보다 나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ESG업계 관계자는 "ESG기준원을 비롯한 ESG평가기관들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도록 권고하거나, 그러지 않을 경우 '선임 사외이사'를 선임해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를 통한 이사회 견제기능과 독립성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음으로써 의사결정구조 개선, 효율적인 업무분담, 이해상충 방지 등을 도모하고 경영감독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