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정진석, K팝 댄스씬 다진 서종예 무용예술계열 교수

스포츠한국 2024-11-15 08:35:56
사진=조성진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이효리, 보아, 소녀시대, 태티서, 이정현, 은지원, 박효신, 성시경, 김건모, 쿨, 엄정화, 장우혁, 코요테, 샵, 핑클, 젝스키스, 플라이투더스카이, SS501, 옥주현, 제시카, 베이비복스, 천상지희, 수호, 소찬휘, 이승환, 서태지 25주년, BTS, 그리고 올초 동방신기 20주년 아시아 투어를 함께 했다. 그리고 MBC ‘위대한탄생’ 시즌2, SBS 빅토리 퍼포먼스, M.net ‘슈퍼스타 K3’과 ‘K4’, ‘보이스오브코리아’, ‘쇼미더머니’, tvN 쇼쇼쇼, SBS 키스 앤 크라이 퍼포먼스 디렉터 총괄 등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걸어온 길이 화려하다.

이효리 ‘Chitty Chitty Bang Bang’이나 소녀시대 ‘Gee’ 등 여러 메가히트곡의 춤하면 연상되는 바로 그 동작을 만든 장본인이 안무가 정진석(46)이다.

정진석 교수는 ‘핑클’로 안무가로 데뷔한 이래 앨범 및 콘서트 포함 지금까지 약 1000여곡의 안무를 짰다. 그 자신은 거칠고 파워풀한 춤을 선호하는 반면 안무는 여자 가수들의 곡을 많이 작업한 게 색다르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서종예(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무용예술계열 전임교수로 재직중인 대한민국 대표 안무가 정진석 교수를 만났다.

정진석 교수가 서종예(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진석 교수가 서종예(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진석 교수는 2010년부터 서종예 전임교수로 일하며 지금까지 1000여명의 댄스 전공생을 배출했다. 그중 10% 이상이 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서종예)는 국내 최초로 스트릿학과와 방송댄스학과를 개설한 곳이다. 정진석은 유명 댄서 겸 안무가 홍영주 후임으로 서종예와 인연을 맺었다. 서종예는 방송댄스학과만 150명까지 있었을 정도로 출발이 좋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크게 타격을 받았고 현재 스트릿댄스와 방송댄스학과 합쳐서 100명 규모로 축소됐다.

“서종예가 이 분야 최초다보니 이곳 출신 관계자들이 타학교 동종 학과에서 가르치고 있을 정도로 서종예는 이 분야 상징이 됐습니다. 교수 재직 초기엔 평소와 달리 사이클이 바뀌다보니 출근이나 행정 업무 등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빠르게 적응했고 이곳 출신 학생들이 씬으로 들어와 저와 같이 활동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씬에 투입되는 즉시 활동가능한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각종 대중가요 콘서트에 우리 서종예 학생들이 100명씩 나가서 활약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코로나 이후 이러한 이벤트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실전 경험을 위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얼마전 ‘아디다스’ 공연이나 스트릿 키즈 콘서트 등 여러 행사에 학생들이 참여한 게 대표적이죠.”

정진석 교수는 학교에 집중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현역 댄서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그는 여러 차례 BTS 무대를 함께 했다. 2018년 방탄소년단 ‘아이돌’뮤직비디오 출연 및 방송활동, 월드투어 ‘Love Yourself’ 콘서트, MAMA 홍콩 및 일본 시상식 무대, AAA 시상식, 2020년 ‘BTS MAPS OF THE SOUL ON:E’, 2021 BTS 스티븐 콜베어 쇼 ‘Butter’ 무대, 8주년 팬미팅 ‘소우주’ 온라인 콘서트,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 출연 및 ‘Permission to Dance’ NBC 투나잇쇼 무대, 2022년 서울 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부산 콘서트 BTS ‘Yet To Come’ in 부산 등. 이처럼 BTS와 함께 하며 느낀 점도 남다르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더 이상 노력한다기 보다 같은 걸 하며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제자리걸음(매너리즘)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BTS는 자기들이 쉼없이 각성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무대에 설때마다 ‘와~ 얘네가 이렇게 잘했나’라고 놀랄 만큼 퍼포먼스가 매번 발전하는 것이었죠. 퍼포먼스 면에서만 볼 때 BTS는 절대 만족을 모르는 팀입니다. 이미 이전에도 잘했는데, ‘불타오르네(Fire)’가 나올 시점부터 이렇게도 잘했었나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됐어요. BTS는 이후에도 계속 올라가는 추세였죠. 그 어떤 자만이나 방심하는 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회사에서도 관리를 잘해준 측면도 있겠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더 열심히 잘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퍼포먼스로는 BTS가 원탑입니다.”

정진석 교수는 BTS 외에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NCT 등 잘하는 팀이 너무 많다고 했다.

“외국에서 보면 신기해할 것 같아요. 저 작은 나라에서 잘 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사람들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듯 계속 나오기 때문이죠.”

“세븐틴은 춤도 탁월하지만, 세븐틴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너무 좋습니다. 멤버 간 가족 같은 친근함, 때론 ‘개구짐’까지 다양한 것들이 안무에서 여실히 나타나기 때문이죠. 댄스할 때 서로 웃으면서 연출하는 춤 선과 표정 등 ‘합’이 너무 좋아요. 무대에서 풍기는 세븐틴의 이러한 분위기는 결코 인위적으론 만들 수 없는 것이죠. 서로 호흡을 정말 많이 맞춰봐야만 나올 수 있는 경지의 ‘합’입니다. 그래서 세븐틴의 안무 퍼포먼스는 더 돋보입니다.”

“뉴진스 안무는 보기엔 쉬운 것 같지만 생각보다 퍼포먼스가 매우 타이트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웃으면서 쉽게 하는 듯하지만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결코 쉬운 게 아니죠. 뉴진스는 춤 자체가 복잡한 부분이 많아요. 그럼에도 이 모든 걸 대중이 쉽고 친근하게 볼 수 있게 연출한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뉴진스의 퍼포먼스는 매우 쉽게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저 정도까지 하기 위해서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란 생각이 들 만큼 감탄이 나올 정도죠.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뉴진스 안무가 쉬워 보여 막상 따라 하려면 결코 그런 표정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안무죠.”

“아이브 안무도 인상에 남는데, 특히 ‘Love Dive’ 안무가 좋았습니다. 노래를 더 좋아 보이게 하기 위함이 안무의 첫째 목표라면, 아이브는 안무로 가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특히 잘 짠 것 같아요. 아이브의 ‘Love Dive’는 난도가 높다기보다 표현력이 너무 좋은 안무입니다.”

정진석 교수는 최근 안무 트렌드가 과거와 달리 많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전엔 대중이 따라할 수 있는 ‘훅’을 강조했습니다. 소녀시대 ‘Gee’, 이효리 ‘10 Minutes’ 등 하면 생각나는 춤동작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예전만큼 훅을 중시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BTS 안무하면 생각나는 게 있냐고 물으면 즉시 대답을 못합니다. 트와이스 하면 ‘TT’ 등 금세 떠올리는 춤동작이 있지만. BTS는 따라하기 어려운 안무인데도 크게 성공했죠. 훅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난도높은 퍼포먼스를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젠 굳이 따라하지 않고 보고 즐길 수 있으면 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 같아요. 예전만 해도 스타 가수들은 ‘유행할 수 있는 거 하나는 꼭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많이 해왔습니다만.”

정진석 교수는 대중이 쉽게 따라하고 기억하는 인상적인 춤 동작을 많이 만들었는데 이효리 ‘Chitty Chitty Bang Bang’ 댄스도 그중 하나다. 안무를 완성했지만 대중의 뇌리에 박힐 포인트, 즉 사람들이 따라할 동작이 없었다. 그래서 이 곡 안무에 허리 치는 동작을 추가한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치티치티뱅뱅’ 하면 바로 이 동작을 떠올리곤 한다.

소녀시대 ‘Gee’ 안무에도 사연이 있다. 당시 정진석은 ‘나나스쿨’ 댄스팀을 이끌고 있었다. 팀의 여성 멤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너무 힘들어하며 여성 멤버 모두 잠수를 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이때 SM에서 이 곡 안무 시안 요청이 들어왔다. 여자 멤버들은 사라지고 남자 멤버들만 있는 상황에서.

“여자들이 표현해야 하는 상큼하고 귀여운 안무를 지향해야 하는 것인데. SM측에 나나스쿨의 당시 이런 상황을 말하며 이번엔 못하겠다고 하면 너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남자 멤버들 모두 모아서 밤늦게 안무를 짜 새벽에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SM 측에 영상으로 보냈고 OK를 받았죠. 이때의 일을 계기로 어떻게든 하면 된다란 좋은 교훈을 얻게 됐습니다.”

정진석 교수는 그간 경험으로 볼 때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보다 짧게 고민하고 집중해서 작업할 때 좋은 안무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샵 안무 전곡을 구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위티’와 ‘백일기도’가 더블 타이틀로 나오는데 이 곡도 이틀이 안되는 짧은 시간에 안무를 짰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녀시대 ‘지’, 빅스 ‘다칠 준비가 돼 있어’, 소찬휘 ‘체인지’ 등도 저녁 늦게 집중 작업해 새벽에 마무리한, 몇 시간 만에 나온 안무들이다.

“안무는 춤을 특정 목적(음악)에 부합되게 하기 위해 잘 설계하는 행위입니다. 방송 안무는 특정 노래를 더 좋게 들리게 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죠. 귀로만 듣는 것과 달리 안무와 함께 보며 노래의 매력에 더 빠지게 함이 목적이죠.”

자신의 안무 베스트로 몇 개만 꼽아달라고 하자 이효리 ‘U-Go-Girl’, 소녀시대 ‘Gee’, 빅스 ‘하이드’ ‘다칠 준비가 돼 있어’ 등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빅스 ‘하이드’ 뱀파이어 콘셉 아이디어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소속사(젤리피쉬)에선 반대를 많이 했다. 혐오감을 줄 수 있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진석은 끝까지 밀어부쳤고 결국 황세준 대표가 어디 한번 해보자며 실행에 옮겼다. 결국 이 시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빅스는 소위 ‘컨셉돌’로 부상했다.

이처럼 정진석은 단지 안무만이 아니라 음악 깊숙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곤 했다. 이런 게 가능한 건 수많은 음악을 접한 음악매니아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 꿈이 레코드점 사장이었다. 레코드가게를 운영하면 듣고 싶은 음반을 원없이 들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 편력은 전문가 수준이다. 어릴 때부터 히트 팝음악은 모두 들어왔을 뿐 아니라 세풀투라, 카르카스, 메틀리카 등 골수 헤비메틀 매니아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너바나, 앨리스 인 체인스 등에 심취하기도 했다. 현재 4~5000여장의 음반을 보유한 컬렉터일 만큼. 단지 음악을 좋아한 게 아니라 스틸하트 ‘She’s Gone’을 무리없이 완창할 정도로 고음 구사가 능해 보컬리스트로 데뷔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댄스가수유랑단'에서 이효리와 함께. [사진제공=정진석] '댄스가수유랑단'에서 이효리와 함께. [사진제공=정진석]

정진석은 1978년 서울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박남정 따라하기대회에서 우승을 할만큼 춤에 소질을 보였고 고교 2학년때 롯데월드 댄스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백제예대 방송연예과를 전공했지만 중퇴하고 98년 ‘나나스쿨’에 들어가 댄서로 활동했다. 입단 1년이 채 안돼 단장이 됐다. 그가 댄서가 되기로 결심한 건 고1때 이재훈(쿨)이 너무 멋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동경하던 쿨 안무를 맡았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고. 2003년 플라이투더스카이 안무 중 눈을 크게 다치는 등 몇 차례 부상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이효리‧유재석 싹쓰리 안무에도 참여했다.

성시경 2집 안무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성시경은 안무를 누가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성시경이 정진석에게 “춤을 너무 잘 추시는 거 같아요”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정진석은 “그 안무 제가 한 건데 아마 몰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성시경은 “너무 춤을 잘 추시길래 잘춘다는 얘기는 꼭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댄서이자 안무가로서 너무 뿌듯한 순간이라 당시 성시경의 이런 칭찬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후 성시경의 안무를 도맡아서 했다.

정진석에게 이효리는 ‘애증’ 그 이상의 존재다. 그가 관여한 안무에서 제일 잘했던 것도 이효리이고 가장 그를 힘들게 했던 것도 이효리이기 때문이다. 의견 차이 때문이다. 심지어 이효리 2집 때 의견충돌로 서로 싸우고 안무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후 화해하고 3집 안무를 함께 하는 등.

“핑클 때부터 지금까지 애증의 관계랄 수 있습니다. (웃음) 댄서이자 안무가로서 제 전성기를 만들어 준 것도 효리이고,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도 효리입니다.”

“이효리는 대단한 춤실력이라기 보다 표현력이 너무 탁월한 아티스트죠. 이러한 표현력이 바로 이효리의 진가입니다. 표정도 너무 좋고. 100 정도의 안무를 짜주면 효리는 80 정도는 해내겠지라고 예상하지만 막상 효리는 무대에서 표정으로 120만큼 해냅니다. 슈퍼스타라는 것엔 이유가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보아도 꼭 언급하고 싶어요. 보아는 표정 좋고 춤도 워낙 잘 추죠. 평소엔 그 나이에 맞는 소녀지만 무대에 서면 애늙은이라고 착각할 만큼 노련미가 남달랐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퍼포먼스 면에서 보아는 안무가가 원하는 걸 100% 소화해 잘 연출합니다. 대단한 학습능력에 비범한 아티스트죠.”

정진석 교수는 자신만의 수십년 노하우를 살린 어린이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보는 콘텐츠 상당수가 폭력적인 내용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폭력적이지 않고도 화려하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춤이었어요. 춤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할 수 있고. 이런 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린이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들과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가수에게 춤을 만들어 주는 게 주 업이었고 이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주업이었다면 이제 제가 만든 안무/콘텐츠로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쪽으로 한 발 더 나가고 싶습니다.”

“국내 안무는 예전보다 수준이 정말 많이 높아졌습니다. 이제 해외(미국)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아요.”

“저는 학생들에게 세 가지 개념을 말해주곤 합니다. 춤을 잘 추는 사람, 안무를 잘 짜는 사람, 잘 가르치는 사람이 그것입니다. 그중 하나만 잘해도 춤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곤 하죠. 물론 이 세 가지 모두 잘하면 더욱 좋겠다고 말을 하지만. BTS 안무로 잘 알려진 손성득의 경우 일단 잘 가르칩니다. 물론 춤도 잘 추고 안무도 잘 짜지만. 저는 가르치는 일엔 그다지 소질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웃음)”

“안무는 음악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수(플레이어)의 역량을 뛰어넘는 안무가 나오면 그게 아무리 좋은 안무라 해도 결코 좋게 볼 수 없어요. 플레이어의 역량을 잘 맞춘 안무로서 노래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부각시켜 주는 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지향하는 안무입니다.”

“여지껏 학생들에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성격 자체가 그렇지 못하기도 하고 또 엄하게 한다는 자체를 싫어합니다. 살짝 타이르는 정도일 뿐이죠. 이 정도의 수위만으로도 충분히 따라옵니다. 학생들에게 안무를 짤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안무에 대한 피드백도 해주고 안무를 짠 학생과 구성도 바꿔보며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업그레이드시키려고 합니다.”

당대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결혼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제공=정진석] 당대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결혼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제공=정진석]

정진석 교수의 아내는 유명 댄서이자 안무가 배상미다. 97년 아내를 처음 만나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 당시 배상미는 업타운 백댄서로 활동 중이었고 정진석은 언타이틀 댄서로 활동 중이었다. 배상미는 ‘젊음의 행진’ 등 다양하게 활동하며 이미 댄스씬에서 알아주는 존재였다. 미모에 춤까지 너무 잘춰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정진석은 배상미를 따라다니며 계속 대쉬를 했다. 6년 연상의 배상미는 정진석에겐 댄스계의 선배 겸 롤모델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둘은 2010년 결혼했다.

댄스씬의 두 스타의 결혼인만큼 서울 방배동에서 있은 결혼식은 당대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소위 ‘별들의 잔치’였다. 하하 사회를 필두로 세븐과 박효신이 축가를 불렀다. 원래 성시경이 축가를 부르기로 햇었지만 결혼식이 있기 몇일전 입대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효리, 이정현, 은지원, 이수영, 이재훈 등등 많은 스타들이 참석했다. 부케는 절친인 안무가 고수봉(나나스쿨)이 받았지만 정작 고수봉은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다.

정진석 배상미 부부는 결혼식이 끝나고 2주 일정으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다.

예전엔 부부싸움도 자주 했지만 지금은 전혀 싸우지 않는다고. 슬하에 애는 없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둘이 재미있게 살자는 주의다. 매년 해외여행 및 캠핑 등으로 오붓한 시간을 자주 갖고 있다.

배상미는 이효리가 솔로앨범을 준비할 때 춤 개인 레슨도 한 바 있다.

젊은 시절. 젊은 시절.

정진석 교수의 취미는 음악감상, 자전거 타기, 등산, 캠핑 등이다. 지금도 록, 팝, 가요 등 다양하게 듣고 있다. 자전거를 좋아해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로 통근할 때도 있다. 몇일 전엔 마이클 볼튼, 티나 터너, 존 세카다, 피보 브라이슨, 세풀투라 등을 들으며 자전거로 출근했다. 자전거 애호가인만큼 그가 타는 자전거는 풀카본 구성의 ‘스페셜라이즈드’로 1000만원대의 고가다.

데이빗 핀처, 크리스토퍼 놀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선호한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월-E’ 만큼은 인생영화에 버금갈 만큼 감명깊게 본 작품이다. 주량은 소주 1~2병. 술을 마시고 싶다기보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거기에 술을 함께 하는 걸 즐긴다.

후배들이 그에게 “형이 아직도 활동을 하고 계셔서 너무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예전엔 30살을 넘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40이 넘어서도 무대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저렇게 오랫동안 활동하는 분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게 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선배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