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놀라웠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이미 골까지 넣은 손흥민은 후반 19분 교체아웃시켰다. 부상 관리 이슈가 있긴 했지만 2-1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손흥민을 뺀다는 선택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빠지는 선수만큼 중요한건 어떤 선수가 들어오느냐다. 홍명보 감독은 배준호라는 교체카드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기에 손흥민을 뺄 수 있었고 배준호는 골로 이를 증명했다.
배준호(중앙). ⓒ연합뉴스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쿠웨이트 아르디야의 자베르 알 아흐마드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5차전 쿠웨이트와 원정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전반 10분 황인범이 오른쪽에서 문전으로 올린 오른발 얼리 크로스를 오세훈이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이것이 크로스바 맞고 한국의 선제골이 됐다. 전반 19분 손흥민이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드리블하며 상대의 태클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오른발로 낮게 성공하며, A매치 130번째 경기에서 통산 50호골을 기록했다. 황선홍과 함께 한국 국가대표 득점 공동 2위로 올라가는 손흥민이다.
후반 15분 쿠웨이트 역습에서 왼쪽에서 올라온 유세프 마제드의 얼리 크로스를 모하메드 다함이 문전에서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1-2 추격했다. 그러나 후반 29분 황인범의 침투 스루패스를 받은 교체카드 배준호가 박스 안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한번 접고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넣어 3-1로 한국이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3차예선 절반인 5경기에서 4승1무의 호성적으로 조 1위를 굳혀갈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은 이날 스스로 페널티킥을 만들어 골을 넣을 정도로 손흥민다운 활약을 했다. 손흥민에게 수비가 몰리자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다.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부상 이슈가 있었다. 이미 지난 10월 A매치도 부상 문제로 인해 아예 소집조차 되지 못했었고 부상 복귀 후에도 또 부상이 도져 2주가량 쉰 바 있다. 이후 풀타임을 뛰지 못하고 조금씩 몸을 끌어올린 손흥민은 A매치 소집 직전에서야 풀타임을 뛰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훗스퍼 감독은 홍명보 감독에게 ‘출전 시간 관리’를 요청할 정도로 손흥민이 많은 시간을 뛰는 것이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다고 손흥민을 빨리 빼기 쉽지 않았다. 손흥민이 이미 골도 넣어 활약이 좋았고 한국은 후반 15분 실점해 추격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놀랍게도 홍명보 감독은 실점 4분만인 후반 19분 손흥민을 빼는 선택을 한다.
모두가 손흥민의 교체에 놀랐다. 배준호라는 어린 재능이 들어왔지만 배준호가 들어왔다기보다 손흥민이 나간게 놀라웠다.
하지만 배준호는 자신이 왜 손흥민을 대신해 들어왔는지 10분만에 증명했다. 황인범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아 수비뒷공간을 허물며 파고든 후 침착하게 한번 접으며 슈팅 각을 만들어 골을 넣는 모습은 진출 1년만에 괜히 잉글랜드 2부리그(챔피언십) 스토크 시티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게 아니라는걸 알 수 있었다.
손흥민이 나간건 분명 놀라웠다. 그러나 배준호라는 확실한 재능이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손흥민을 고작 64분만 쓰며 ‘관리’할 수 있었던 홍명보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