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집중하며 협력 구조…미국, 중국과 협업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반도체 석학으로 SK하이닉스 사외이사를 지낸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14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협력 모델로 칩렛(Chiplet) 중심의 밸류체인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이날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미 대선 - 달아오르는 패권 경쟁'을 주제로 열린 '제1회 미래경제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분업 체계가 변화의 기로에 놓인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협력 모델로 칩렛 기술 중심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칩렛 기술은 하나의 큰 칩에서 필요한 각각의 기능을 분리해 여러 작은 칩으로 나눠 제작한 후 이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수율 향상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고성능 반도체를 다양한 용도에 맞게 빠르게 개발할 수 있어 후공정인 어드밴스드(첨단) 패키징 경쟁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신 교수는 "28나노는 중국 SMIC에서, 3나노는 인텔과 TSMC에서, 5나노는 삼성에서 각각 찍어와서 그 3개의 칩을 붙여 원하는 성능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칩렛 내지는 칩을 붙이는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칩렛 밸류체인이 새로 형성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를 매기기보다 중국과 협업해 원하는 인공지능(AI) 컴퓨팅을 구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아메리카 퍼스트'나 '아메리카 온리'여도 협업의 기회는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칩렛 기술은 완전한 자급자족도, 완전한 의존도 아닌 중간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각국이 자신의 강점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5G, AI, 자율주행 자동차, 데이터센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같은 다양한 산업에 반도체 제품이 소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반도체 기술 경쟁을 두고는 미세화 경쟁을 넘어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칩 시대가 개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D램의 경우 기존 평면구조 D램의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직구조 3D D램 개발이 활발하다.
신 교수는 "D램은 2030년께 3D D램이 되고, 현재 300단 이상 적층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는 내후년에 400단, 보수적으로 봐도 2029년에 500단 정도까지 적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AI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서 원하는 성능, 원하는 파워, 원하는 면적, 원하는 비용에 맞춰 정해진 시간 안에 고객에게 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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