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오늘은 다 잊고 쉴래요"…시험 마친 수험생들 후련·아쉬움

연합뉴스 2024-11-14 19:00:43

가족·친구와 얼싸안고 격려…기다리던 엄마 보고 왈칵 눈물도

"맛있는 거 먹고 친구와 놀 것"…"잘 치르고 나온 모습 보니 대견"

'수능 끝! 해방이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오늘만큼은 수능도 다 잊은 채로 맛있는 거 먹고, 푹 잘래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4일 오후 시험 종료와 함께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리자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만족스럽지 않은 듯 굳은 표정을 한 수험생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밝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내린 가운데 교문 밖에서 시험이 끝나기 한참 전부터 수험생을 기다린 학부모들은 자녀를 끌어안으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날 강원 춘천여고 앞에서는 비가 예보된 날씨 속 한 손에는 본인 우산을, 다른 손에는 자녀가 쓸 우산을 든 학부모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수능이 마치길 기다렸다.

수험생을 위한 꽃다발과 케이크, 격려 손팻말을 든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윽고 학교 밖으로 나온 수험생들은 마중 나온 부모, 선생님, 친구들과 얼싸안으며 수능이 끝난 후련함을 만끽했다.

엄마 눈물 닦아주는 수험생 딸

일부 학생은 부모의 붉어진 눈시울에 함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수험생 정모(18) 양은 "가족과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서 시험 스트레스를 날릴 것"이라며 "수능 후 버킷리스트 1번인 운전면허 따기에 곧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오현고에서 시험을 치른 김모 군은 "부모님과 모처럼 만에 소고기 외식을 하기로 했다"며 "오늘만큼은 수능과 관련해 모두 잊고 먹고 싶은 것 맛있게 먹고, 푹 자고 싶다"고 말했다.

김모 군의 아버지(52)는 "아침에 하나뿐인 아들이 시험장에 들어갈 때는 기분이 묘했는데 이렇게 잘 치르고 나온 모습을 보니 대견한 마음뿐"이라며 "아들뿐 아니라 나와 아내도 오늘은 아무 걱정 없이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마중 나온 친구에 행복한 수험생

대전 둔산여고에서 수능을 본 최혜정(18) 양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오늘은 당연히 놀아야죠"라며 "맛있는 밥 먹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 예정"이라고 말했다.

케이크를 들고 마중 나온 친구들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 곽윤아(19) 양은 "실감이 안 나고 오늘은 그냥 많이 자고 싶다"라며 "친구들이랑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으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사파고에서 수능을 치르고 나온 구모 군은 "취미로 배우고 있던 기타를 수능 직전 6개월 동안 쉬었다"며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기타를 다시 배워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 동산고에서 수능을 본 문모(18) 군은 "시험이 끝나니 허무하면서 홀가분하다"며 "그동안 못한 게임을 하거나 영화 보면서 밤을 새우고 싶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따라 수능을 다시 후련치른 장모(21) 씨는 "전반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는데 끝나고 나니 아쉬움이 크다"며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놀고 싶다"고 전했다.

수능 끝났다! 홀가분한 웃음

퇴실 시간을 앞두고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경기 의정부 효자고에 손자를 마중 나온 이복순(82) 할머니는 "부모가 멀리서 살아 홀로 키웠는데 오늘 아침에 시험 보러 간다는 우리 손자를 뒤에서 멀찍이 지켜봤다"며 "'수고했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 영복여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54) 씨는 "더 바랄 것 없이 평소대로만 잘 보고 왔으면 했는데 별 탈 없이 시험을 마쳤다고 해서 너무 기쁘다"며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오늘은 딸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홀가분함을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능 마친 수험생들

부산센텀여고에서도 수능 종료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이 교문에 가까워지자 박수로 맞이했다.

학부모들은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수험생 딸을 꼭 안아주고, 꽃다발을 건네주기도 했다.

수험생 김모(20) 씨는 "기다리고 있는 엄마를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며 "다른 과목은 평소랑 비슷했는데 긴장이 풀려서 그랬는지 마지막 과목인 과학이 어려워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능 끝, 아빠에게 '폴짝'

대구 청구고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함께 모여 웃거나 사진을 찍으며 '수능 끝'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변지혜 양은 "가채점은 당장은 안 하고 당분간 마음 편히 지내려 한다"며 "떡볶이 같은 매운 음식을 많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백나용 심민규 양지웅 권준우 강수환 정종호 김선경 황정환 손형주 윤관식 박세진 황수빈 천경환 김용태 기자)

y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