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속이 후련해요!" 해방감에 수험생들 '활짝'

연합뉴스 2024-11-14 19:00:43

"고생했어" 가족들 격려 받으며 귀가…눈물도 와락

수능 마친 수험생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장보인 이율립 기자 = "시험을 잘 못 봤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니 '엄마한텐 네가 1등'이라고 말해주려고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에선 신혜진(45)씨가 손에 금메달을 든 채 수험생 아들 이영한(18)군을 기다렸다.

교문 밖으로 나온 아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신씨에게 이군은 "12년 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수험장에선 '큰 산'을 넘은 수험생들이 홀가분한 얼굴로 쏟아져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긴 시험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가도 교문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이나 다른 고사장 친구들을 마주치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서초구 반포고에서도 4교시가 끝나기 30여분 전인 오후 4시부터 하나둘 모여든 학부모들이 반갑게 자녀들을 맞이했다.

아들과 친구들에게 줄 꽃다발을 사 온 최모(47)씨는 교문 밖으로 나오는 학생들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40분을 기다린 끝에 아들에게 꽃을 건넸다.

장모(19)군은 "우리 새끼 너무 고생했어"라며 달려온 어머니 김모씨의 품에 안기자 마침내 긴장이 풀린 듯 "정말 미련이 없어. 이 이상으로 잘할 자신이 없어"라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우리 딸, 수고했어!"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도 학부모들이 "고생했다", "이제 끝났다"며 자녀들을 포옹했다. 부모님 품에 안기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가현(18)양은 "사회탐구 중 생활과윤리가 너무 어려웠다"고 찌푸리면서도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오늘은 집에 가서 혼자 조용히 쉬고 싶다"고 했다.

박서연(18)양은 "시험이 끝나는 순간 너무 후련했다"면서 "오늘은 힘이 들어서 집으로 가 가족들과 밥을 먹고 푹 자야겠다"며 웃었다.

아직 논술과 면접 등 수시 전형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너도나도 이날만큼은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동성고 재학생 유형준(18)군은 "저녁에 친구 집에 모여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녀들만큼이나 긴장했던 학부모들도 한숨을 돌린 듯했다.

'수능 해방을 축하해'

큰딸이 수능을 보는 날이라 연차를 냈다는 조만희(49)씨는 "아침에 딸은 오히려 담담한 것 같았는데 내가 더 긴장해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며 "딸이 나오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딸이 애정 표현을 낯간지러워해 포옹은 생략하겠다고 했지만, 이내 누구보다 반갑게 딸과 인사를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 근처 절에서 예불을 드리며 하루를 보냈다는 이수연(55)씨는 "아들이 치킨을 먹고 싶어 했는데 튀긴 것을 먹었다가 배탈이 날까 참고 있었다"며 "나오자마자 치킨 먹을 거냐고 물어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bo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