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아름다움에 관하여'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예술가들은 예로부터 아름다움에 천착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들은 완벽한 신체 비율을 드러내는 걸 과업으로 삼았다.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르네상스 예술가들도 그런 조각을 지향했다. 로댕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게선 완벽한 비율보단 조각이 드러내는 정서와 감정이 더 중요했다.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면 균형미는 어느 정도 희생되어도 무방하다고 여겼다. 이 때문에 로댕은 그리스와 르네상스의 선배 대가들처럼 완성이란 강박에 시달리지 않았다. 심지어 조각하다 만 듯, 돌의 일부를 그대로 놓아두고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관람객의 상상력을 건드리기 위해서였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아름다움의 양태는 변할 수 있다. 더러는 아름다움이 추함과 결부되기도 한다. 미국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케이티 켈러허가 쓴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청미래)는 추함과 결부된 아름다움에 대한 에세이다. 그는 아름다움이란 "맥락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가령 향수가 그렇다. 향긋하고, 싱그러운 향수는 후각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물품 중 하나다. 수천 년 동안 조향사들은 수십억 개의 꽃잎과 줄기로 만들어진 식물성 물질과 오일 등을 활용해 매력적인 향기를 만들었다.
조향사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래기름, 사향고양이 분비물 등을 조합했다. 이에 따라 고래는 기름기 많은 지방과 숨겨진 위 담즙을 탐내는 사람들에 의해 도살됐고, 사향고양이는 공포에 대한 반응으로 나오는 항문 분비물을 얻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에 갇힌 채 고문당했다. 향수는 "정화의 역사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부패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향수뿐 아니다. 회화도 마찬가지다. 전원풍경에 탁월했던 토머스 킨케이드의 알록달록한 오두막집은 아름다움의 관점에선 정점이 되어야 마땅하다. 탁한 기운이 전혀 없는 완전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우리는 선혈이 낭자한 카라바조의 그림에 더 매혹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다수의 평론가도 킨케이드보다 카라바조의 작품을 미적 관점에서 더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욕망과 혐오는 짝을 이루어 존재하고, 가장 통렬한 아름다움은 추악함과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고 말한다.
켈러허가 이처럼 맥락에 따른, 상대주의적 아름다움을 피력한 데 비해 고대 로마 시대 철학자 플로티누스는 절대적 아름다움에 의미를 둔다.
그는 최근 번역돼 출간된 '아름다움에 관하여'(아카넷)에서 전체부터 부분까지 모든 게 완전하게 아름다워야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켈러허의 주장과는 달리 미(美)는 추한 부분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가 아름답다면, 부분도 아름다워야 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전체는) 진정 추한 것들로부터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모든 것들이 아름다움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이채현 번역. 384쪽.
▲ 아름다움에 관하여 = 송유레 옮김.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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