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하드콜 시대'에 살아남는 법…닿기 전에 뛰거나 쏘거나

연합뉴스 2024-11-14 11:00:18

'속공' SK·'3점' 한국가스공사 선전…공수 모두 '하드콜' 적응 완료

자밀 워니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올 시즌 초반 프로농구에서는 KBL이 표방한 '하드 콜' 기조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팀이 두각을 보인다.

8승 2패로 1위를 달리는 서울 SK와 7승 2패로 그를 뒤쫓는 대구 한국가스공사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관대해진 몸싸움'을 피하면서 공격을 푼다.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SK는 애초에 몸싸움이 일어나기 전 공격을 마치는 '빠른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SK가 표방한 '빠른 농구'보다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SK의 올 시즌 평균 속공 득점은 20.9점이다. 지난 시즌(11.1점)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안양 정관장과 개막전부터 19개 속공에 성공해 구단 신기록을 세우더니 지난 9일 부산 KCC전에서도 19개 속공을 기록, 36점 차 대승을 거뒀다.

리바운드 2위(12.5개) 자밀 워니가 이제는 아예 공을 잡고 뛴다.

그 덕에 수비 리바운드 시 오재현, 김선형, 안영준 등 주요 공격수가 공을 받으러 빅맨 쪽으로 향하지 않고 상대 림을 향해 돌진할 수 있게 됐다.

더 빠르게

실제로 워니는 올 시즌 평균 5.9개의 어시스트를 작성, 2019-2020시즌 프로농구에 입성한 후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팀 득점 1위(83.8점) SK의 3점 성공률은 27.4%에 그치지만 2점 성공률이 55.7%(1위)로 높다. 저조한 외곽포를 확률 높은 속공 득점으로 메우는 양상이다.

상대 진열이 갖춰지기 전에 이뤄지는 속공에는 상대적으로 몸싸움이 관여할 여지가 적다.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이 천명한 '하드 콜' 기조에 SK는 몸싸움 상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적응한 셈이다.

기존 장점인 속공을 더욱 특화한 SK와 달리 강혁 감독이 이끄는 한국가스공사는 외곽포를 내세운다.

팀 득점 2위(83.1점)인 한국가스공사는 3점 성공률(38.5%) 1위다. 3점 시도는 '3점의 팀'으로 알려진 고양 소노(31.2개)에 근소하게 뒤진 2위(30.3개)다.

매 경기 40% 가까운 확률로 30개씩 3점을 던지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에서 가장 3점을 많이 쏘는 선수는 앤드류 니콜슨(6.8개), 김낙현(5.8개), 샘조세프 벨란겔(5.1개)이다. 셋이 합쳐 매 경기 7.3개의 3점을 넣는다.

세 선수의 특징은 1대1 공격 상황에서 수비수를 떨쳐내고 능숙하게 3점을 쏘는 기술이다.

벨란겔 '3점이야'

타점이 높은 니콜슨처럼 수비수의 머리 위로 3점을 던지거나 벨란겔과 김낙현처럼 드리블로 수비수와 거리를 벌리고 슛을 쏘면 굳이 치열한 몸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니콜슨이 슛을 던지는 만큼 상대 빅맨이 골 밑에서 끌려 나오는 터라,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이 돌파할 때 추가적인 몸싸움을 피할 수 있는 점도 '3점 농구'의 장점이다.

공교롭게도 수비 측면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팀이 SK와 한국가스공사다.

SK는 평균 8.7개 스틸을 기록 중이다. 몸싸움이 관대해지면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수비를 펼친 후 스틸이 나오면 이를 곧장 속공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안영준은 지난 9일 KCC전 직후 "우리가 속공을 잘하고, 많이 하기도 하지만 '하드 콜'로 바뀌면서 반칙 대신 스틸이 많이 나온다"며 "상대 실책이 많아지면서 우리 속공이 늘어난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를 상대하는 팀은 평균 14개씩 실책을 저지른다. 가장 많은 실책을 유발하는 팀이 SK다.

이 부문 2위가 바로 한국가스공사(13.4개)다.

올 시즌 개막 전 외곽 수비가 뛰어난 가드 정성우를 영입한 한국가스공사의 강혁 감독은 포워드 신승민도 외곽 수비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탄탄한 수비진을 꾸렸다.

한국가스공사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60점대 실점(67.3점)을 기록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를 상대하는 구단의 3점 성공률은 26.2%까지 떨어진다.

새로운 판정 변화에 맞게 팀을 조정하는 데 성공한 두 팀과 달리 다른 팀들은 아직 적응 중이다. 상위권팀도 이런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제 하드 콜 시대'

7승 3패로 두 팀에 이어 3위에 자리한 울산 현대모비스의 조동현 감독은 지난 13일 고양 소노와 경기 전 "우리가 여름부터 필리핀, 일본에 전지훈련을 가는 이유가 있다. 필리핀은 대학 경기에서도 거의 싸울 정도로 심하게 몸싸움한다"며 "그런 걸 받아들이면서 우리도 그렇게 하려고 연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요새 농구가 조금씩 바뀐다'고 말해준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공을 못 받게 하려고 거의 (몸통을) 잡는다"며 "그래서 더 정확하게 플레이하라고 요구한다. 원하는 포지션에서 공을 잡고, 더 정확하게 스크린을 해야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