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위한 전시실 첫 조성…15일 공개
외규장각 재현한 '왕의 서고'…유일본 의궤 포함 연간 32책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시대에는 국가나 왕실의 주요 의식과 행사를 치른 뒤 모든 과정을 '종합 보고서'로 남겼다.
후대 사람들이 예법에 맞게 일을 추진하도록 한 모범 기준, '의궤'(儀軌)다.
그중에서도 정조(재위 1776∼1800)의 명을 받아 강화도 외규장각에 봉안한 의궤는 대부분 왕이 보는 '어람'(御覽) 용으로, 왕실의 주요 물품과 함께 귀하게 여겼다.
1866년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 갔다가 145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왔던 외규장각 의궤를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왕의 책'을 담은 특별한 서고(書庫)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2층 서화관 안에 외규장각 의궤를 전시하는 전용 공간인 '외규장각 의궤실'을 새로 꾸몄다고 14일 밝혔다.
박물관 안에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별도 공간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2011년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온 뒤 두 차례 특별전을 열고 1층 조선실 한편에서 전시해왔으나 의궤 속 다양한 내용을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조성 배경을 설명했다.
15일 공개되는 외규장각 의궤실은 약 59평(195㎡) 규모로, 실제 외규장각을 연상시킨다.
왕이 보는 어람용 의궤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본 의궤를 전시하는 공간은 과거 외규장각과 비슷하게 기둥과 문살을 넣어 '왕의 서고'처럼 꾸몄다.
건축가이자 교육자로 활동 중인 김현대 이화여대 교수가 기본 설계를 맡았다.
외규장각 의궤실에서는 총 8책을 만날 수 있다.
조선 19대 임금인 숙종(재위 1674∼1720)이 세 차례 가례(嘉禮·왕실 가족의 혼례)를 치른 과정을 기록한 의궤, 숙종의 승하부터 삼년상을 치르는 절차를 기록한 의궤 등이 공개된다.
병자호란 이후인 1637년 종묘의 신주를 새로 만들고 고친 일을 기록한 '종묘수리도감의궤'(宗廟修理都監儀軌)는 유일한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1686년 인조(재위 1623∼1649)의 계비 장렬왕후에게 존호(尊號)를 올린 과정을 기록한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莊烈王后尊崇都監儀軌)는 제작 당시의 표지가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외규장각 의궤 297책 가운데 11책은 원래 표지와 제작 당시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나, 나머지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보존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서양 비단으로 바뀐 바 있다.
따로 보관했던 원 표지는 의궤와 함께 모두 돌아와 보관 중이다.
박물관 측은 의궤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1년에 4차례 의궤를 교체할 계획이다. 한 번에 8책씩 연간 총 32책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선보이게 된다.
또, 한자로 기록돼 있어 알기 어렵고 관람객들이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해 디지털 방식을 사용해 직접 책을 넘겨볼 수 있는 '디지털 책'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조선 왕실의 의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각종 물품 그림인 도설(圖說), 역사학자 고(故) 박병선 박사(1923∼2011)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돌아오게 된 과정 등도 설명한다.
외규장각 의궤실은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는 모임인 국립중앙박물관회와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YFM)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YFM은 50세 이하 경영인들이 2008년 결성한 모임으로, 전시실 조성 비용 전반을 지원했다.
YFM 위원장을 맡고 있는 컴투스 송병준 의장은 "2021년 YFM이 후원한 '사유의 방'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을 대표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외규장각 의궤의 참모습을 알 수 있도록 알차게 꾸민 공간"이라며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꼭 방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