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공연 타이틀이 조금 어렵다. ‘가야금의 巫감각화’다. 일반적으로 가야금은 명주실로 만든 12줄의 현(絃)으로 구성돼 있다. 이게 12현 가야금인데 전통적인 산조와 정악 연주에 사용된다. 25현 가야금은 거기에 줄을 13줄 더 얹은 개량된 가야금으로 주로 현대 창작음악 연주에 사용된다.
한자 ‘巫’는 ‘무당 무’를 뜻한다.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감각화’는 관념적이며 추상적인 대상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함, 또는 그렇게 만듦이라는 의미다.
가야금 연주자 박세연이 제주칠머리당굿, 동해안별신굿, 진도씻김굿 등 우리 무속음악의 전형적 소재들을 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가야금 창작음악을 선보인다. 그래서 제목을 ‘가야금의 巫감각화’로 지었다. 무당의 음악이라는 도가니에서 하나로 녹아드는 다양한 우리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는 12월 10일(화)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공연한다.
모두 6곡의 창작곡을 준비했다. 그 중 5곡이 초연곡이다. 박세연은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에서도 실력을 뽐낸다. 그가 25현 가야금을 위해 만든 ‘새다림’과 ‘바다의 COSMOS’를 오프닝과 클로징에 배치해 각각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가야금을 향한 박세연의 진정성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젊은 작곡가 황재인의 두려움 없는 상상력이 빛나는 ‘울림’과 ‘무감각화’를 들려준다. ‘울림’은 산조가야금(박세연)과 타악기(김인수의 징)를 위한 곡이다. ‘무감각화’는 철가야금 독주를 위한 드렁갱이 에튀드(연습곡)도 박세연이 철가야금과 꽹과리를 동시에 연주한다. ‘드렁갱이’는 전통가락 중 가장 난해한 동해안별신굿의 반주에 쓰이는 복잡한 장단이다.
도널드 워맥은 한국 사람보다 한국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미국의 음악가다. 하와이 대학에서 작곡과 음악이론을 가르치는 그는 2008년 우연히 가야금 소리를 듣고 매료돼 특히 산조 가야금 창작에 힘쓰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가 작곡한 ‘巫 무’를 박세연(산조가야금)과 김인수(장구)의 찰떡호흡으로 연주한다. 또한 ‘Woven Sound 엮은 소리’는 박세연(산조가야금), 이화연(아쟁), 김인수(장구)의 3인 케미로 들려준다.
박세연은 “이번 ‘가야금의 무감각화’ 무대를 통해 이르고 싶은 곳은 마치 장자가 나비가 되어 꿈에서 느꼈던 몰아일체의 경지다”라며 “공연장에 앉은 우리 모두가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강렬한 체험을 통해 무속 행위의 본질인 ‘치유’의 효과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