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포옹하며 시험장으로…마감 직전 순찰차로 도착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장보인 이율립 기자 = "심호흡 크게 하고 잘하고 와", "사랑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4일 오전 7시께 시험장인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앞.
학부모들이 '결전'을 앞둔 자녀들을 뜨겁게 포옹하며 격려했다.
학교 앞 떠들썩한 응원전은 없었지만, 엄마 아빠의 따뜻한 한마디에 수험생들은 숨을 고르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고3 딸을 들여보낸 이영재(53)씨는 "아이가 실수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며 "며칠 전 빼빼로데이에 '늘 하던 대로만 하라'고 쪽지를 써 줬었는데 오늘은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하겠더라"라고 묵묵히 응원을 보냈다.
학부모들은 수험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거나 그 뒷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교문 앞에서 두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들도 눈에 띄었다.
딸의 사진을 찍고 돌아서다 눈시울을 붉힌 김정원(51)씨는 "외동딸인데 워킹맘이라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오늘, 내일은 휴가를 내고 곁에 있어 주려고 한다. 아이가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경복고 시험장의 풍경도 비슷했다.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들아, 시험 잘 쳐라"라고 외친 신윤숙(56)씨는 "내가 시험 칠 때는 담담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아들보다 더 떨린다. 3년간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잘 나와서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갔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했다.
수험생들은 가족들에게 "잘하고 올게", "다녀올게"라고 씩씩하게 말하다가도 뒤돌아선 이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화학과에 입학하고 싶다는 동성고 박효신(18)군은 "잘 보고 와야죠"라고 무덤덤하게 말하면서도 "수험표랑 신분증을 5번씩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문 앞에서 시계를 사던 장윤준(18)군은 "시계를 준비 못 했다"며 "첫 수능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다잡는 모습도 보였다. 재수생인 김윤서(19) 씨는 "작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떨린다"며 "최대한 긴장을 덜어내고 시험을 잘 보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고에서 수능을 보는 장정원(19)군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잠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었다"며 "그래도 다 부수고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학교에는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방문해 입장하는 학생들과 악수하며 "시험 잘 보세요"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정 교육감은 "오늘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아 수험생들이 실력을 발휘할 조건이 된 거 같다"며 "최소한 평소 실력을 발휘하고 최대한으로는 수능 대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입실 마감 시간 다가오자 수험생들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반포고 앞에선 입실 마감 6분을 남긴 오전 8시 4분께 한 남학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헐레벌떡 뛰어 들어갔다.
이곳에는 환자복을 입고 발에 깁스를 한 이유찬(19) 군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도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미 수시에 합격했다는 이군은 "교통사고로 입원 중인데, 그래도 남자라면 한 번 와봐야죠"라며 시험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여분 후 퇴장하며 "포기각서를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내년도 의대 입시 정원이 확대되면서 의대 입시에 도전하는 'N수생'들도 볼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다 의대 지원을 위해 올해 수능에 도전하는 30대 자녀를 배웅한 정모(60)씨는 "아이가 의대에 도전하기 위해 퇴사를 했다. 이제는 이 길이 아니면 안 되니 더 마음이 쓰인다"며 "침착하게 그간 노력한 대로 실력을 잘 발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bo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