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헤이트스피치에 맞선 투쟁기록 담은 '돌아가가 아니라…' 출간

연합뉴스 2024-11-14 10:00:42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 "차별 시달려온 조선학교 아이들 용기 내길"

헤이트스피치 반대 투쟁 기록한 '돌아가가 아니라 함께해' 출판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서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에 맞서온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 씨의 재판과정과 투쟁 기록을 담은 '돌아가(한국으로)가 아니라 함께해'(大月書店)가 최근 현지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최 씨를 대상으로 한 헤이트스피치가 위법하다며 위자료 판결이 내려진 것을 기념해서 제작됐다.

일본 법원은 지난해 10월 가와사키시가 다문화 공생을 위해 설립한 시설인 후레아이(교류의 장)관 관장인 최 씨에게 '조국으로 돌아가', '일본에서 나가'라는 글을 지속해 올렸던 일본인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위법이라고 판단, 194만엔(1천756만원)의 위자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 헤이트스피치와 싸우는 지자체 가와사키 ▲ 일본 헤이트스피치 대책의 현상과 문제점 ▲ 헤이트스피치 재판 역사와 '조국에 돌아가는 차별' 판결의 의의 ▲ 재일조선인에게 있어서 '돌아가'는 증오 범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공생사회를 기원하는 ▲ 일본에 필요한 인종차별철폐법 제도 ▲ '돌아가'가 아니라 '함께해' 등의 내용도 실렸다.

책 집필에는 최 씨와 함께 재일동포들의 차별 반대 서명을 모아 최 씨 재판에 제출한 이타가키 류타 도지샤대학 교수, 재판을 도운 변호사 간바라 하지메와 모로오카 야스코, 저널리스트 이시바시 가구 등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함께했다.

재일동포 인권 지킴이 활동을 펼쳐온 코리아NGO센터가 최근 마련한 출판 기념회에서 야스코 변호사는 "헤이트스피치의 피해자가 일일이 이에 맞서는 소송을 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분발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일본인"이라고 말했다.

류타 교수는 "'돌아가'라는 헤이트스피치는 일본의 식민주의 시대 발언의 연장선"이라며 "재판에 나서지 못한 무수히 많은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힘쓰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헤이트스피치를 허락하지 않는 시민네트워크'의 야마다 다카오 대표는 "가와시키시가 처벌 규정이 있는 조례를 제정한 것은 최 씨와 변호인단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최 씨는 "차별 발언을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조선학교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으로 가와사키시에서 헤이트스피치를 할 수 없게 된 우익세력들이 최근 사이타마현에서 일본으로 망명한 쿠르드인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는 시민단체 등에 가와사키에서 이겼던 경험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wak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