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와의 약속 이행으로 신뢰…주문 쇄도해 공장 추가 신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2016년 북한 개성공단 폐쇄로 졸지에 생산공장을 모두 잃었던 부산 신발 전문기업 '삼덕통상'이 천신만고 끝에 베트남에 진출해 재기에 성공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1997년 설립된 삼덕통상은 설립 3년 만인 2000년 1천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01년에는 중국 칭다오에서도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그러다가 2008년 개성공단에서 종업원 3천500명을 두고 연간 신발 360만족을 생산할 수 있는 '삼덕스타필드'를 가동하게 돼 중국 공장을 매각했다.
일부 공정만 처리할 수 있는 부산 본사를 제외하면 모든 생산시설이 개성공단에 집중됐다.
그러나 2016년 개성공단이 전격 폐쇄되는 바람에 공장 건물과 설비, 원자재 대부분을 남긴 채 쫓겨났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삼덕통상은 그러나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바이어들이 주문한 신발을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20여 개 중국 소규모 생산시설에서 위탁 생산해 공급 약속을 모두 이행했다.
덕분에 바이어와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져 2017년 베트남 남부 롱안성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현지 법인 '삼덕베트남'에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듬해에는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에 반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법인 '영인비나' 문을 열었다.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안전화 전문 생산 시설인 'OFN'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덕통상은 지난해 12월 제60회 무역의 날을 기념해 3천만 달러(약 421억원)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재기에 성공했다.
삼덕통상은 또 베트남 남서부 안장성에 반제품 480만족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K2, 블랙야크, MLB, 노스페이스 등 등산화, 트레킹화, 안전화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삼덕통상은 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 특허 27건, 실용신안 5건, 디자인 8건, 상표 7건을 갖고 있다.
또 신발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공정을 한곳에 집중시켜 운영하는 '인 하우스 시스템'으로 원가와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14일 "개성공단 폐쇄로 큰 위기가 찾아왔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던 바이어와의 약속 이행을 해내고 나니 신뢰가 더 두터워졌다"면서 "유럽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youngkyu@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