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가득 석굴암의 신비로움…미디어아트로 즐기는 '국가유산'

연합뉴스 2024-11-14 08:00:45

국가유산진흥원, 강릉·라스베이거스서 '더 헤리티지 가든' 전시

3D 데이터 활용…과거-현재-미래 잇는 국가유산 가치 조명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국가유산의 아름다움

(강릉=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공간 너머로 '문'이 열렸다. 다양한 문양의 문살이 질서정연하게 짜인 모습이었다.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진 건 문화유산의 보고(寶庫).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옛 무사가 앉아있는 삼국시대 뿔잔, 섬세한 장식으로 고려청자의 기품을 뽐내는 향로, 유려한 곡선의 달항아리 등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신라 불교예술 전성기에 완성한 걸작인 경주 석굴암이 모습을 드러내자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깊고 숭고한 마음을 간직한 듯한 부처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기획 전시 '이음을 위한 공유'

지난 12일 강원 아르떼뮤지엄 강릉에서 처음 선보인 미디어아트 전시, '더 헤리티지 가든(The Heritage Garden)-이음을 위한 공유'의 한 장면이다.

이번 전시는 국가유산(옛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특별한 시도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수년간 제작해 온 3차원(3D) 에셋을 생생한 영상으로 풀어냈다. 3D 에셋은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각 자료를 뜻한다.

조선 궁궐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의 여러 전각부터 전통 문양, 국보·보물 등 주요 문화유산의 3D 자료가 축적돼 있다.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국가유산의 아름다움

김순호 국가유산진흥원 문화유산사업실장은 "그동안 국가유산과 관련한 3D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주력했다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활용한 시도"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너비 47.9m, 폭 19.5m, 높이 8m에 이르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을 천천히 거닐면서 벽면과 바닥에 투영된 영상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다. 궁중 음악을 대표하는 '수제천'(壽齊天)의 가락이 흘러나와 분위기를 더한다.

전통문화를 소개하면서도 창의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과거 연회장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현대적인 몸짓으로 춤사위를 펼치는 장면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무형유산의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강릉에서 선보인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흥원 측은 "빛이 만든 선을 통해 이어지는 국가유산의 가치를 표현하고 문화유산과 미디어아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궁궐과 전통 건축물을 따라 이어진 선이 하늘을 향해 뻗어가며 마무리된다. 국가유산은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가치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미디어아트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의 김지훈 본부장은 "3D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토리를 입혀 완성하기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문화유산이라는 주제의 특성상 (내용을) 확인하거나 검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쉽지 않았다"면서도 "미디어아트로 보여주고 싶은 유산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기획 전시 '이음을 위한 공유'

경기 부천에서 가족 여행을 왔다가 전시를 본 강효선 씨는 "우리 문화유산과 무형유산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며 "전통 무용이나 한옥을 제대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미국 아르떼뮤지엄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열린다.

라스베이거스의 전시 공간은 강릉보다 조금 작지만, 한국의 문화유산과 무형유산, 궁궐 전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진흥원 측은 전했다.

강릉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시는 12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김 실장은 "아르떼뮤지엄 측과 협의해 전시 기간을 연장하고 제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국가유산의 아름다움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