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만 나홀로 기록 경신, 비트코인 1억2천만원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송은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트럼프 쇼크'가 계속되면서 원화 가치와 국내 주가지수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중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1,41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도 2,410대까지 밀려났다.
트럼프 수혜 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만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 환율 2년 만에 1,410원 돌파…'위기 환율' 1,400원대 계속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이날 장 초반에는 환율이 1,410.6원까지 뛰면서 장 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역사상 네 번째다.
환율 1,400원선은 '위기 환율'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환율은 미 대선 직전인 지난 5일 1,370원대에 머물렀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당선 직후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연일 급등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대로 관세를 인상하고 이민자를 추방하면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고 정책금리 인하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작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3시 30분 전날보다 0.35% 오른 106.045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가 장 중 106을 넘은 것은 지난 7월 이후 넉 달 만이다.
지난 5일 이후 원화의 절하율은 2.03%로, 유로화(-2.49%)보다는 절하 폭이 작지만 엔화(-1.83%)와 위안화(-1.69%)보다 컸다.
원화의 낙폭이 컸던 이유 중 하나로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가 꼽힌다.
◇ 코스피 나흘째 하락해 2,410대…亞 증시에서 최대 낙폭
코스피는 전날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3일(2,403.76)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7천139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6천518억원, 180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는 장중 5만500원까지 내리며 지난 2020년 6월 15일(4만9천900원)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미 대선 직후인 지난 8일 장중 2,593.15를 단기 고점으로 하락 전환해 이날까지 나흘째 내림세를 지속 중이다.
한국 증시는 이날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1.66% 내린 38,721.66으로 마감했다.
중화권 증시에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0.51% 오른 3,439.28로 장을 마쳤으며,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5시 기준 0.10% 하락 중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바뀌는 것 중에 우리가 주력으로 투자하고 있는 반도체나 이차전지, 자동차와 관련된 보조금 및 규제와 관련된 내용들이 있는데, 증시에서 해당 산업들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다른 나라보다 우리 금융시장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수혜' 비트코인 9만달러 넘어 사상 최고
한국 원화와 국내 증시가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은 '불장'을 이루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억2천4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코스피와 반대로 나흘째 상승세다.
미 대선 이틀 후인 지난 8일 종전 최고가인 지난 3월 14일의 1억500만원을 돌파했고, 지난 12일 오후 사상 최고가(1억2천801만원)를 기록했다. 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장중 9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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