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위력 확인한 류중일호, 선발야구 욕심 버려야 가능성 있다[초점]

스포츠한국 2024-11-14 05:30:00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한국이 프리미어12 대만전에서 완패했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단 2이닝 만에 무너진 것이 패인이었다. 하지만 수확도 있었다. 바로 불펜. 류중일호가 남은 4경기에서 극적인 반등을 거두려면 선발 야구에 대한 욕심을 버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지민. ⓒ연합뉴스 최지민. ⓒ연합뉴스

한국은 13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프리미어12 B조 첫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완패였다. 투·타 모두 대만에 압도당했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선발투수 고영표였다.

고영표는 올해 18경기 6승8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팔꿈치 부상을 겪으며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으나 점차 안정감을 되찾았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번 잠수함 에이스의 위엄을 뽐냈다.

류 감독은 과거 대만 타자들이 사이드암 투수의 체인지업에 약했다며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선택할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과거의 대만과 지금의 대만은 달랐다. 대만은 이날 9명 중 6명을 좌타자로 배치했다. 고영표는 올해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361로 크게 부진했다. 그리고 고영표는 이날 좌타자 천천웨이랑 천제시엔에게 각각 만루포와 투런포를 맞고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이후 3점을 뽑았지만 끝내 6점차를 뒤집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고영표. ⓒ연합뉴스 고영표. ⓒ연합뉴스

가장 중요한 대만전에서 패했지만 수확도 있었다. 바로 불펜.

한국은 이날 고영표 이후 최지민, 곽도규, 김서현, 유영찬, 조병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지민은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곽도규는 원포인트로 나와 주위센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후 투수들도 안정감을 뽐냈다. 6회초 김서현이 선두타자 판제카이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린자정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잠시 제구가 흔들리며 리카이웨이에게도 볼넷을 준 김서현은 장쿤위를 헛스윙 삼진으로 정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7회와 8회를 맡은 유영찬과 조병현도 안타 하나를 허용했으나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봉쇄했다.

이날 대한민국 불펜진의 성적은 6이닝 무실점 3피안타 2사사구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선발투수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태인, 손주영, 박세웅 등 토종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김서현. ⓒ연합뉴스 김서현. ⓒ연합뉴스

그러나 불펜 사정은 달랐다. 조병현, 김택연, 김서현, 정해영, 박영현, 유영찬 등 각 팀에서 마무리투수 혹은 필승조를 맡은 투수들이 즐비했다. 또한 모두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뛰어난 구위를 가졌다. 구위만 놓고 보면 역대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라인업이다. 그리고 대회 첫 경기에서도 한국 불펜진은 제 몫을 다했다.

이제 한국은 14일 쿠바와 격돌한다. 한국의 선발투수는 곽빈이다. 만약 곽빈이 고영표처럼 흔들린다면 이날 경기보다 더 빠른 교체를 단행해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인 불펜을 총출동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