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전공의·의대생 견해 충분히 반영"…'강경' 전공의와 공조전선 주목
여야의정協 참여 의학회 부회장 출신…협의체 참여 여부는 미지수
의협 회장 끌어내린 전공의들, 비대위원장 선출에도 '존재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권지현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공의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이 당선됐지만 의정갈등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돌파구 없이 이어지던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과 더불어 '투쟁' 태세인 전공의들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커지면서 대정부 강경 노선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 1차 투표서 과반 당선…"전공의 지지가 결정적"
박 비대위원장은 13일 선거에서 대의원 총투표 233표 중 123표(52.79%)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결선까지 가지 않고도 1차 투표에서 곧바로 과반 득표한 것이다.
특히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박단 위원장은 선거 직전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 교수를 추천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젊은 의사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공고 지지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 때문에 박단 위원장은 의협 대의원회로부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으나, 결과적으로는 판세를 뒤흔드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해 결선행이 점쳐졌던 선거는 1차 투표에서 박 위원장이 가뿐하게 절반을 넘기며 일찌감치 결론이 났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개원의 출신인 한 의협 대의원은 "이번 사태의 중심인 전공의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강력하게 지지했던 박 위원장이 의협 비대위를 이끌면서 전공의들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졌다.
박 위원장은 출마할 때부터 전공의와 의대생의 견해를 중시하겠다고 밝힌 터라 젊은 의사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으로 보인다.
◇ 산더미 숙제 속 전공의 영향력 커질 듯…협의체 참여 '미지수'
당장 박 위원장은 9개월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 속에서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의료대란을 봉합하기 위한 대정부 협상력을 제고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차기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어수선한 의협 내부를 정비해야 하고, 의협 없이 논의가 시작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지도 결정해야 할 상황에도 놓였다.
차기 회장 선거는 내년 초로 예정돼 있는데 2025년도 정시 입시는 내달 시작되고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연말까지 성과를 낸다는 목표여서 당장 비대위가 현 사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야당과 전공의 없이 개문발차한 협의체에 참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부회장인 대한의학회가 협의체에 참여하는 만큼, 의료계의 추가 참여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내놓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현재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료계 단체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과 교육을 담당하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두 개다.
박 위원장은 '합의'에 따라 향후 행동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박 위원장을 공개 지지했던 전공의들이 협의체 참여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어 합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선 소감에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에서 소외돼 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추어야 한다"며 정부가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