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눈요기에 그치는 미디어 파사드…예술적 활용 가능성은

연합뉴스 2024-11-14 00:00:46

26일까지 대안공간 루프서 '눈 홉뜨기'전

도심 밝히는 크리스마스 미디어파사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건물 외벽을 이용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2004년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외벽에 처음 도입됐던 미디어 파사드는 2022년 8월 기준 서울에만 64개가 설치됐을 정도로 대중화됐고 첨단 기술도 적용돼 다양한 영상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크리스마스 시즌 '인증샷 성지'가 되는 백화점들의 화려한 외벽 장식도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한 것들이다.

그러나 미디어 파사드에서 상영되는 영상 상당수는 자연 현상을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재연하거나 착시 현상을 통해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애너모픽 일루젼(Anamorphic Illusion) 기법을 사용한 광고 등이다.

서울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13일 시작한 전시 '눈 홉뜨기: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제안들'은 이런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며 미디어 파사드의 예술적 활용 가능성을 살핀다.

전시는 가로 19m, 세로 2m 크기의 기역(ㄱ) 형태 대형 LED 패널을 통해 여러 주제와 형식의 미디어 아트 작가 8팀의 작품을 1시간여 동안 순차적으로 상영하며 미디어 파사드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권민호와 권병준, 박재훈, 이예승, 장영혜 중공업, 정혜정, 재닌기+바루흐 코틀립, 파레틴 오렌리가 참여해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상, 3D 시뮬레이션 비디오, 증강현실(AR), 텍스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의 주제는 성폭력과 남녀 커플 간 권력관계, 12대의 로봇이 벌이는 유령에 관한 공연, 가정 폭력, 전쟁과 재난 상황 등 현재의 미디어 파사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이다.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는 "미디어 파사드는 공공디자인으로 분류돼 내용적인 면에서는 촘촘한 검열을, 과정적인 면에서는 관료주의의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해 단순한 아이캔디(눈요깃거리)에 그치기 마련"이라며 "이번 전시는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어떤 예술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어떤 종류의 창의성이 시민 관객에게 적절할지에 대한 질문을 나누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26일까지.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