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 대전대 교수, '어둠에 갇혀 있던' 노근리 재조명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6·25 전쟁 초기인 1950년 7월의 그날, 노근리 철로와 쌍굴다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전대는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특임교수인 고광률 작가가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일어난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붉은 그늘'을 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지도 어언 74년.
그는 책에서 오랜 시간 외면받아 온 그 상처의 기억을 뼈대로 식민 지배와 분단이, 노근리에서 일어난 양민 학살이, 전쟁과 이후 산업화가 한국 사회에 남긴 어두운 면면들을 폭로한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과 생동감 넘치는 사건 묘사를 통해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시대의 총체성이 깃든 서사 문학으로 어둠에 갇혀 있던 노근리를 재조명했다.
고 작가는 "작품 집필에 앞서 7년 동안의 연구와 50여 차례의 노근리 학살 현장 취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전쟁을 보면서 전쟁이, 생명이 권력과 자본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며 "사건 자체를 매장하려 했던 세력들에 대한 고발인 동시에, 힘없이 죽어간 영혼들과 살아남은 자들의 비애를, 생명과 자유의 소중함을 문학적으로 복원하려 했다"고 말했다.
노근리에서는 1950년 7월 25∼29일 경부선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피란민 대열에 미군이 기관총 사격을 가하는 학살사건이 있었다.
정부는 2005년 유족 등의 신고를 받아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해 63명을 피해자로 확정했다.
충북 청주 출생인 그는 1987년 단편소설 '어둠의 끝'과 1991년 '통증'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소설집으로 '어떤 복수',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 '복만이의 화물차', 연작소설로 '대학 1, 2', 장편 소설로 '오래된 뿔 1, 2', '시일야방성대학', '뻐꾸기, 날다', '성자(聖者)의 전성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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