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불펜진 있는데… 무너진 고영표, 왜 한박자 빨리 안 바꿨나[초점]

스포츠한국 2024-11-13 22:26:10

[대만 타이베이=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제구력부터 모든 게 흔들렸다. 타선이 한 바퀴 돌고 대만 타자들은 고영표의 공을 아주 가볍게 공략했다. 그럼에도 류중일호의 벤치는 묵묵부답이었다. 강력한 불펜진은 뒤늦게 가동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 프리미어12 B조 첫 경기에서 3–6으로 졌다.

류중일 감독.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 ⓒ연합뉴스

한국은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B조 2위까지 상위 4팀이 겨루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초대 대회 우승, 2회 대회 준우승을 거둔 한국은 이번에도 뛰어난 성적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우선 일본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 진출이 목표다.

하지만 대만에 패배한 류중일호는 1패를 안고 조별리그를 출발하게 됐다. 2위 경쟁팀으로 꼽히던 대만에게 무너지면서 슈퍼라운드 진출의 적신호가 켜졌다.

이날 패배의 원인은 선발투수 고영표의 부진이었다. 고영표는 2이닝 동안 59구를 던져 6실점 5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으로 무너졌다. 1회말엔 1볼넷만 내주며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2회말 만루포와 투런포를 맞으며 순식간에 6실점을 기록했다.

류중일호로서는 만루홈런을 맞은 이후 고영표를 마운드에 계속 세워둔 것이 아쉬웠다. 고영표는 분명 위험 신호를 보냈다. 0-0 2사 1루에서 리카이웨이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을 때 이날 경기에서 첫 번째 허용한 정타였다. 이후 장쿤위에게 볼넷을 내줬고 1번타자 천천웨이에게 치명적인 만루포를 맞았다. 구위와 제구 모두 위험한 수준이었다.

고영표. ⓒ연합뉴스 고영표. ⓒ연합뉴스

그럼에도 한국 대표팀 벤치는 고영표를 교체하지 않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였다. 하지만 고영표는 린리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맞았다. 심리적으로도 무너진 모양새였다. 득점권 주자가 살아나갔고 이 때만큼은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류중일호 벤치는 또다시 감감무소식이었다. 류중일호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급으로 강한 불펜진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강력한 패스트볼을 갖춘 김택연, 박영현부터 좌타자 스페셜리스트 곽도규, 시속 150km 후반대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뿌리는 김서현 등 강력한 구위를 갖춘 투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마운드엔 여전히 고영표가 서 있었고 고영표는 천제시엔에게 우월 2점홈런을 맞았다. 이후 린안커에게도 큰 타구를 허용했으나 좌익수 홍창기의 호수비로 힘겹게 2회를 마무리했다.

대만 마운드엔 좌완 에이스 린위민이 있었다. 린위민은 한국을 상대로 아시안게임에서 6이닝 무실점,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던 투수다. 지난 이력을 감안하면 빠르게 불펜진을 가동해 적어도 4실점으로 막았어야 했다. 현실은 고영표의 6실점과 함께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류중일 감독.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 ⓒ연합뉴스

대만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류중일호. 조금만 더 선발투수를 일찍 교체했더라면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실제 류중일호 불펜진은 남은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은 3점을 따라붙었다.

4점차였다면 3점을 추격했을 때, 좀 더 상대를 몰아붙여 동점 내지 역전까지 넘보는 것도 충분했다. 하지만 고영표의 6실점을 바라보다 패배를 당했다. 강력한 불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아쉬운 패배를 기록한 류중일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