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체육회장 "3선 도전 결정 유보…조만간 거취 밝힐 것"(종합)

연합뉴스 2024-11-13 22:00:25

해외 출장 후 귀국해 각종 논란 적극 항변…"비위 혐의엔 1%도 동의 못 해"

질문에 답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영종도=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비위 혐의로 수사 의뢰되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 조치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가장 큰 화두인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결정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을 만나 거취 관련 질문에 "지금은 뭐라 말씀드리기가 그렇다"면서 "구성원들과 논의해 결정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에서 회장에 당선된 뒤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이 회장은 3선 도전 가도에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 회장 등을 수사 의뢰했다.

이어 문체부는 11일 이 회장의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12일 이 회장이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3연임 관련 심사를 요청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3선 도전의 길이 열린 상황이다.

3선 도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귀국

"개인적으로는 그만두고 물러서서 남은 삶을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강원도 인제에 거주할 곳도 준비해뒀다"는 이 회장은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라, 경기 단체나 시도 체육회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조만간 결정해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부터 지방을 돌며 체육인들과 역대 회장님 등을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면서 "곧, 바로 (결정)해야죠"라고 덧붙였다.

스포츠공정위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저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제가 지금껏 공정위 개별 사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단 한 번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의 직무 정지 통보와 관련해선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으니 절차를 밟고 소명을 해봐야죠"라고 밝힌 이 회장은 정부 점검단에서 수사 의뢰한 데 대해선 '1%도 동의 못 한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국무조정실 점검단의 수사 의뢰 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돼 본격적인 수사 절차에 들어갔다.

입장 밝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주요 비위 혐의로 꼽힌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해 이 회장은 "우리 아이와 연결성을 언급하는데, 전혀 아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라고 항변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맺은 스폰서십 중 현금으로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한 돈이 200억원 정도였다. 정산하다 보니 조직위원회가 적자가 날 상황이라 체육회가 200억원을 받지 않고 조직위에 남은 재고품을 '떨이'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종목 단체장에게 물품 구매 비용 대납을 요청하고 파리 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선수단장을 하면 선수들 보약이라거나 필요한 물품을 사주게 된다. 당시 사격연맹 회장이 없어서 사격복 등을 사준 건데, 단장을 시켰다고 그걸로 돈을 받아서 금품을 요구했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애초 14일 귀국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당겨 돌아온 이 회장은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마주하자마자 해외 출장 내용에 대해 밝히고 각종 질문에 답했다.

이 회장은 이달 11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예정된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국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며 '꼼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기흥 회장 둘러싼 취재진

지난달 문체위 국정감사 때 다른 일정을 이유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뒤 현안질의에 또 불참한 데다, 국정감사 당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체육회 직원들과 '폭탄주 회식'을 한 사실도 정부 발표로 알려지며 비판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이번에 스위스에 간 건 여러 행사 때문이었다. 제가 IOC 유산과 지속가능성 워킹 그룹 의장인데, 저희 팀 국장과 팀원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었고, 제게 와달라는 요청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사비 출장' 의혹에 대해선 "이 회의는 실무자들이 가는 것이 유익한데, 실무자 2명과 수행비서까지 4명이 가려니 예산이 부족해서 직원들의 출장 비용은 예산으로 하고 저는 제 돈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번 출장에서 이 회장은 IOC 사무총장과 2036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논의하고, 일제 강점기 올림픽에 출전한 손기정을 비롯한 선수 11명의 국적 회복 관련 논의도 해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논란이 많은 선거나 자율성 문제와 관련해 IOC에서 9월부터 계속 전화가 왔다. 이번에 가니 우려를 많이 하더라"면서 "IOC에서 미팅을 통해 정부와 협의하는 단계로 가지 않을까"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은 '선수촌 폭탄주 회식'에 대해서는 "당시 남원 일정 이후 진천에서 한의학 관련해 얘기를 했다. 올라오는 길에 반주를 한잔한 것"이라며 "국감과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