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후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가 제시한 공약으로 미뤄보면 미국 달러나 비트코인 등에 유리한 정책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자 벌써 이런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9만달러 선을 돌파했고 국내에선 1개당 1억2천만원을 넘었다. 미국 증시도 다우지수가 처음으로 44,0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초강세다.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고용·물가 등의 경제지표가 양호해 투자심리가 회복된 영향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트럼프 트레이드가 트럼프 '쇼크'로 작용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됐던 1,400원 선을 돌파했고 13일에는 개장 초 1,410원을 넘어섰다.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주식시장의 코스피는 3개월여 만에 2,500선 밑으로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트럼프 당선 이후 최근 1주일간 각국 주가지수를 보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이 상승했는데 유독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은 3%, 5%대 하락률을 보여 글로벌 상승장에서 소외됐다.
한국 주가와 원화 가치의 하락에는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데 당국이 야심 차게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효과가 없다.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금을 빼서 미국 증시로 옮기는 개미가 늘어 고객예탁금은 급격히 줄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몇 달째 국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기존보다 0.3%포인트(p) 내렸고 내년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 등의 내년 성장 전망치도 대부분 올해보다 낮다. 더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란 연구 결과가 줄을 잇는다.
실물보다 앞서가는 금융시장의 특성상 최근 외환·주식시장의 충격은 과도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아직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트럼프 쇼크'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진정되지 않고 지속돼 실물 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진다면 우려했던 위기가 현실화하는 사태를 막기 힘들다. 이미 세계 경제는 장기전이 된 두 개의 전쟁과 소비 위축 등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국내에선 주요 기업들이 희망퇴직과 경비 절감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는 암울한 소식도 들린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쇼크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 쇼크가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금융·정책 당국의 세심하고 철저한 대응이 필요한 국면이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