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소설 '최척전' 고선웅 연출이 각색·무대화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조선 중기 전북 남원에 사는 최척은 이웃인 옥영과 혼인을 약속한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최척이 전쟁터로 떠나며 두 사람은 이별한다. 이후 돌아온 최척은 옥영과 혼례를 치르고 아들을 낳아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정유재란이 발생하며 최척은 중국으로, 옥영은 일본으로 가게 돼 또다시 생이별한다. 시간이 지난 뒤 상선을 타고 안남, 지금의 베트남으로 건너간 최척은 그곳에서 우연히 옥영을 만나고 함께 중국으로 돌아와 둘째 아들을 낳고 함께 한다. 모든 고난이 끝난 것 같지만 이들 앞에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지난 11일 개막한 연극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1567∼1649)이 쓴 소설 '최척전'을 원작으로 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국 명·청 교체기까지 최척과 그의 아내 옥영의 30년에 걸친 이야기를 서울시극단을 이끄는 고선웅 연출이 각색하고 무대에 올렸다.
극은 나이 든 최척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원로배우 이호재가 노(老) 최척 역을 맡아 극 바깥에서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중간중간 극의 내용을 해설하는 일종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 오디션에서 선발된 박영민이 젊은 최척을, 정새별이 옥영을 맡아 30년에 걸쳐 사랑하며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부부를 연기한다.
30년 이야기를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압축한 극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빠르게 전개된다. 유머와 해학을 섞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게 하는 고선웅표 연극의 스타일도 살아 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퉁소와 타악 등 전통 국악기로 구성된 5인조 악사의 라이브 연주도 극의 분위기를 적절하게 살린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통받아야 하는 전쟁의 참상이 담긴 작품이다. 17세기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생각거리를 준다.
15년간 '최척전'의 무대화를 고민했다는 고 연출은 "'삼국지'를 읽으면서 '30만 대군'이란 표현에 감동만 하지 병사들의 가족사나 개인사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21세기에도 계속되는 폭력적인 전쟁 속에서 민중의 삶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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