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벌금형에…누리꾼들 "솜방망이 처벌"

스포츠한국 2024-11-13 10:18:02
ⓒ남양유업 ⓒ남양유업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지난 2021년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능이 있다고 발표한 남양유업이 허위광고로 벌금형을 물게 됐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남양유업이 당시 해당 발표로 주가가 급등했던 만큼 “전 국민 사기가 겨우 벌금형”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광범 남양유업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 총 6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인의 대표자가 위법행위를 할 경우 기업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남양유업에도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 2021년 4월13일 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자사 유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이 공개된 당일 회사 주가는 8% 급등했고, 다음날에는 28.6%까지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주가 조작을 위한 발표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광고한 것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했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2021년 9월 임직원 4명을 검찰에 넘겼다. 다만,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다.

이후 시민단체가 식약처 고발 단계에서 제외된 홍원식 당시 남양유업 회장을 식품표시광고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홍 전 회장에게 두 혐의 모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홍 전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사 매각을 추진하다가, 한앤컴퍼니와 주식 양도 과정에서 소송 등 마찰을 빚은 뒤 지난 1월 경영권을 빼앗긴 상태다. 현재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한앤컴퍼니다.

남양유업 전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사 및 전직 임직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당사는 이번 1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 없이 법원 결정을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물의를 일으킨 홍 전 회장 및 주요 임직원은 이미 회사를 떠났다”며 “새 경영진은 과거 내부통제 부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철저히 반성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이 벌금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코로나19가 당시 전 세계인들의 생명과 연관된 사안이었던 만큼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라는 평가다.

누리꾼들은 “많이 벌고 벌금은 적게 내니 남는 장사다” “전국민 사기가 겨우 저정도 벌금이라니” “죄질에 비해 처벌이 솜방망이”등 부정적 의견을 냈다.

2021년 4월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남양유업 2021년 4월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물량 밀어내기 등 대리점 강매 사건과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파문, 불가리스 관련 사건까지 끊임없는 구설에 휘말리며 ‘악덕 기업’, ‘횡포 기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쌓았다.

회사는 현재 경영 정상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홍원식 지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영유아, 가족돌봄청년, 한부모가족, 노인 등 전세대를 아우르는 사회 공헌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정직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번 일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철저한 준법·윤리 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며 “변화와 쇄신을 위한 노력과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과 남양유업의 법적 공방은 아직 남아있다. 남양유업은 회사 소유였다가 홍 전 회장 측으로 이전된 고가의 미술품을 인도받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매각 후 고문으로 위촉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등을 최근 사기 혐으로 고소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액면분할로 인해 지난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는 20일부터 재개된다. 이번 분할은 유통 주식 수 확대를 위한 결정이다.

이에 1주당 액면가는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아지며 발행주식은 보통주 기준 67만9731주에서 679만7310주로 늘어난다. 분할이 완료되면 현재 60만원대인 남양유업 주가는 6만원대로 낮아져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