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대통령 기조연설…개최국 선정과정 논란에 "비방과 협박 받아"
"COP29 개최국 선정에 러 입김…러, 우크라 침공 비판국에 비토권 행사"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의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석유와 천연가스를 '신의 선물'이라고 칭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해 논란을 촉발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COP29 개막 이틀째인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풍력·태양·금·은·구리와 같이 석유와 가스도 모두 '천연자원'이라며 "그것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국가들이 비난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석유와 가스는 '신의 선물'이라며 "이들 자원을 시장에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비난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시장이 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COP29 개최국의 대통령으로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을 겨냥하며 이들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자국의 COP29 의장국 선정 과정의 논란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COP29 개막 전 아제르바이잔이 "잘 짜인 비방과 협박 작전의" 대상이 됐다며 그것은 마치 서방의 '가짜뉴스 미디어'와 단체,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경쟁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천연가스 수출을 주요 국가수입원으로 삼는 나라다. 따라선 일각에선 아제르바이잔이 COP29을 자국의 석유·천연가스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한 창구로 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서방 언론은 아제르바이잔이 독재국가라는 점에서 당사국 총회의 의장국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아제르바이잔이 개최국으로 결정된 배경에는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국가들의 총회 개최를 막으면서 결국 러시아의 우호국인 아제르바이잔이 개최국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총회 의장국은 전통적으로 세계 각 국가그룹이 돌아가면서 맡는데, COP29의 경우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 그룹' 중에서 개최할 차례였다. 이 때 러시아는 의장국 선정에 국가 그룹 내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해 자국의 비토권으로 개최국 선정에 알력을 행사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의 이날 기조연설은 당사국과 기후단체들 사이에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알리 자이디 미국 대통령 국가 기후 고문은 모든 국가가 미국처럼 탈탄소를 추진한다면 세계의 기후목표는 달성될 것이라며 알리예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CI·Oil Change International)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로맹 이오알렌은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생산과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기후 회의를 이용하는 것은 논쟁을 촉발한다"며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에 매우 무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후 운동가인 하르지트 싱은 "선진국은 탄소 저감을 위한 그들의 역사적인 의무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책임이 선진국에 있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