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스터파닉·왈츠 행정부 발탁에 '당혹'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현지시간) 출범할 2기 행정부에 현직 연방 하원의원을 잇달아 발탁하면서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 개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내년 1월3일 개원하는 119대 하원 역시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박빙의 의석차가 예상된다.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12일 오후 1시 현재 하원(전체 435명)에서 공화당은 214석을 확보해 205석을 확보한 민주당에 앞서며 다수당(218석 이상) 유지는 유력해 보이지만 의석수 차이는 현 118대 의회(8석)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뉴욕)을 유엔 주재 대사로 공식 지명했고, 이날은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스터파닉 의원과 왈츠 의원은 5일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 넉넉한 표차로 당선을 확정한 상태다.
이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부름을 받고 의회를 떠날 경우 해당 지역구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스터파닉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뉴욕의 경우 주지사가 사퇴 후 10일 이내에 보궐선거 시행을 발표하고, 이후 70∼8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해 후임자 선출에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왈츠 의원의 선거구가 있는 플로리다주에서도 주지사가 보궐선거 일정을 정하는 데, 더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간신히 다수당 자리를 지킬 것이 유력한 터에, 빨간색(공화당 상징색)으로 칠해 놓은 두 의석을 다시 흰색(공석)으로 바꿔 놓는다는 것은 당 지도부 입장에서 속이 타는 일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분열이 잦은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미 차출된 하원의원 2석만으로도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어떤 법안이 올라갈지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더힐은 지적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12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당선인)과 나는 지난 수일간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대화했다"며 "나는 더 많은 의원이 떠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이곳(하원)의 '수학'(당별 의석 분포)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루이지애나)도 트럼프 당선인이 최소한 왈츠·스터파닉 의원의 자리를 채우는 보궐선거 때까지 만이라도 추가로 의원을 발탁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마이크 로저스(공화·앨라배마) 의원을 포함, 입각이 거론되는 하원의원이 몇 명 더 있다고 소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그(트럼프)는 더 이상 하원의원을 뽑을 수 없다"며 "우리의 의석수 차이는 너무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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