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행인을 이유없이 둔기로 폭행한 뒤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난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강도상해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찰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형량인 징역 4년을 유지한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31일 새벽 골목길에서 마주친 행인 머리 부위를 철로 된 공구 손잡이로 여러 차례 때린 뒤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욕설을 듣고 화가 나 폭행하면서 피해자가 땅에 떨어트린 휴대전화를 우발적으로 가져가 강도의 고의가 없었고 당시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도 아니어서 강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누군가 자신을 해킹해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피해자를 발견하자마자 둔기로 머리를 내리치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며 강도의 고의를 인정했다.
이어 "피해자와 마주친 뒤 폭행, 휴대전화 탈취 과정은 불과 6초 동안 이뤄져 폭행에 의한 반항 억압 상태와 재물 탈취가 시간상으로 밀접해 단일한 재물 탈취 행위가 실현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27일 부산 한 도로에서 마주친 일면식 없는 다른 피해자 머리를 흉기로 내리쳐 넘어뜨리고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행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상해·특수재물손괴죄로 2번의 벌금형, 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과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두루 고려하면 원심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