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타이베이돔의 인조잔디가 길다. 이로 인해 타이베이돔에선 타구 속도가 느려진다. 수비 범위가 넓은 내야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3루수 김도영, 2루수 신민재의 수비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대만과 프리미어12 B조 첫 경기를 펼친다.
김도영. ⓒ연합뉴스한국은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B조 2위까지 상위 4팀이 겨루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이에 대비해 지난 1,2일 쿠바와 평가전을 치른 한국은 10일 대만 프로팀 웨이치안과의 최종 모의고사에서 승리했다. 12일엔 타이베이돔에서 첫 훈련을 진행했다.
타이베이돔은 2023년에 처음으로 개장했다. 첫 대회는 지난해 12월 아시아야구선수권이었다. 김범석이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와 타이베이돔 역사상 첫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참여한 대표팀은 류중일호와 달랐다. KBO리그 2군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나간 대회였다. 이번 프리미어12는 최정예 류중일호가 출전한다.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에게 타이베이돔은 낯선 환경이었다.
류중일호 구성원들 모두 타이베이돔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검은 천장으로 인해 뜬공 타구가 잘 구별되는 점, 라이트 불빛에 공이 들어가도 곧바로 다시 공이 나타나는 점 등을 파악했다.
펑고를 치며 잔디 상태를 살피는 류지현 수석코치.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그 중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긴 잔디였다. 타이베이 돔구장의 인조잔디는 매우 길었고 이로 인해 땅볼 타구가 느리게 굴러갔다. 매우 빠른 땅볼 타구를 생산하는 한국의 고척스카이돔과 달랐다.
류중일 감독은 “잔디가 고척돔보다 길다. 타구속도가 빠르지 않다. 내야수들이 느린 타구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날 내야수들의 펑고 훈련을 주도한 류지현 수석코치는 “타구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수비하기는 쉬운 환경”이라며 “우리 선수들의 스텝이 좋기 때문에 잘 처리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수비 범위가 넓은 내야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류지현 수석코치의 말에 부합하는 내야수들은 3루수 김도영, 유격수 박성한, 2루수 신민재이다. 이들 모두 각 포지션에서 리그 최정상급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선수다. 여기서 상대팀의 좌완투수가 선발투수로 나올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되는 박성한을 제외하고 김도영과 신민재는 타이베이돔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내야수들이다.
김도영은 올 시즌 실책 30개로 수비 안정성에서는 흔들렸지만 수비 범위는 매우 넓었다. 타구 속도가 느려지면 약점인 강습 타구를 피할 수 있을뿐더러, 장기인 수비 범위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재. ⓒ연합뉴스신민재도 마찬가지다. 2루수 신민재는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넓은 수비 범위를 뽐내는 선수다. 깊은 지역에 공이 떨어져도 한쪽 다리로 제동을 걸며 송구에 추진력을 받는 벤트레그 슬라이딩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타구 처리를 쉽게 해낸다. 타구 속도가 느릴 때 매우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줄 수 있는 유형이다.
대만전 선발투수로 땅볼형 투수인 고영표를 내세운 류중일 감독. 마침 타이베이 돔구장에선 긴 잔디로 인해 타구 속도가 느려진다. 이를 활용할 김도영, 신민재 카드도 있다. 김도영과 신민재가 넓은 수비 범위로 대만 타자들의 땅볼 타구를 물 샐틈 없이 건져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