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아르헨티나, 美트럼프에 '투자지원 구애' 나서나

연합뉴스 2024-11-13 06:00:05

우파 정부였던 2018년에도 교감 늘리며 IMF 통해 도움받은 전력

"밀레이, 트럼프와 10여분 통화"…이번 주 마러라고 찾아 대좌 계획

지난 9월 정당 행사에서 인사하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치 이념과 언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가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접촉면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아르헨티나 우파 정부가 미국과의 교류에 '사활'을 걸며 재정 운용에 숨통을 틔우려 한 전례를 복기할 때 밀레이 정부 역시 '친미'(親美) 외교 전략 강화로 경제난 타개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엑스[https://x.com/madorni](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를 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밀레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측은 "두 사람 통화가 10분간 이어졌다"며 "최근까지 주미 대사를 지낸 헤라르도 베르테인 신임 외교부 장관이 통화 자리에 동석했다"고 부연했다고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주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기 위해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한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의 현 거주지다.

그는 14∼16일 이곳에서 열리는 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다.

직설적 언변과 자유주의적 성향으로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닮은 꼴 정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접촉을 통해 전략적 연대를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 대화하는 트럼프(왼쪽)와 마크리

이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전 정부가 경제 위기 속에서 트럼프 1기 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외교 분야 우선 순위로 둔 것과 오버랩되고 있다.

마크리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양자 정상회담을 비롯해 다자 외교무대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밀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거나 대(對)베네수엘라 제재 또는 친시장·반이민 정책을 앞장서 지지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2018년 "마크리 대통령의 지도력을 신뢰하고, 그가 현재의 경제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IMF와 한 약속을 믿는다"며 아르헨티나와 IMF 간 구제금융 조기 지원 협상 개시를 지원 사격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아르헨티나는 구제금융 규모 확대나 추가 대출 승인 등에 도움을 받은 바 있다.

현지 일간 클라린은 "트럼프에 대한 밀레이 정부 목표 중에는 IMF를 고려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IMF가 아르헨티나에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채무를) 조정할 가능성"에 대해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도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좌파 성향으로 결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역내 연결고리로 아르헨티나에 무게 중심을 더 둘 것이라는 예측이 현지에서 나온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후 귀국했다가 브라질로 이동, 다음 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별도 회담을 가진 적은 없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