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속한 종전론' 경계…우크라이나 지원 강조
트럼프가 요구한 '국방비 투자, 안보 부담'도 촉구
(파리·브뤼셀=연합뉴스) 송진원 정빛나 특파원 =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대서양 동맹'의 강화를 촉구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북한, 이란, 중국과 협력해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과 북미의 평화·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유럽과 북미, 그리고 글로벌 파트너들은 힘을 합쳐 우리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지켜야 한다"며 "특히 대서양 횡단 동맹을 강력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안보 공조를 강조한 뤼터 사무총장의 이날 발언은 내년 1월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유럽 측의 '우려 섞인'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때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주장하면서 나토 동맹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유럽의 안보 비용 부담을 요구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현재와 같은 무기·자금 지원에 회의적이었다.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지난 7일 헝가리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예로 들며 "트럼프와 마주 앉아 우리가 이 위협을 어떻게 공동 대응하고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이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해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를 거드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방위 산업 역량과 생산량을 늘리고 비축 물자를 보충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더 많은 국방 투자가 필요하다"며 "국방에 더 많이 지출할수록 미래의 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푸틴과 그를 돕는 독재자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최근 북한군이 최전선에 배치된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절대적인 우선순위로, 나토와 동맹국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인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유럽인 없이 유럽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이 협상을 향한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일부 러시아에 양보하는 협상을 하더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낫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신속한 종전론'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은 오랫동안 자체 안보에 대한 부담을 회피해 왔다"며 "우리는 동맹 내에서 비유럽 동맹국(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우리의 집단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거듭 '자강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행정부가 동맹 내에서 유럽에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앞서서 주장해왔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3일 브뤼셀 나토 본부를 찾을 예정이다.
나토는 하루 전 블링컨 장관의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가 나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NAC)에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과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군 파병 등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재차 부각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