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관련 변호사에 영국·아프리카서 수십명 학대 당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성공회(국교회)가 1970년대부터 발생한 대규모 미성년자 성학대 사건을 은폐했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에 대한 사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BBC 방송,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 대주교 회의 의뢰로 구성된 독립 조사 위원회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교회 관련 변호사 존 스미스의 아동학대 의혹을 교회가 감췄다고 결론 내렸다.
스미스는 1970∼1980년대 영국에서 교인 여름 캠프를 운영하는 등 교회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소년 또는 젊은 남성 26∼30명을 성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고 이후 아프리카로 이주해서도 청소년 85∼100명을 학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7년 채널4 다큐멘터리를 통해 의혹이 제기되자 영국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스미스는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망해 끝내 기소되지 않았다.
이번 보고서는 이 사건이 적어도 1982년 성공회 일부 지도자에게 보고됐으나 은폐, 축소되고 비밀로 유지됐으며 교회의 무대응 때문에 그가 아프리카에서 이같은 짓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가 영국 성공회 최고 지도자 자리에 취임해 이 의혹을 보고받은 2013년부터 당국에 신고할 수 있었고 신고했어야 했는데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가 발간되자 웰비 대주교는 "이런 학대가 발생한 것이 깊이 유감"이라면서 사임도 고려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채널4에 말했다.
그러나 영국 성공회의 의회격인 시노드 대의원 3명이 그에게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오전까지 7천여 명이 사임 요구서에 서명했다.
뉴캐슬 주교인 헬렌-앤 하틀리는 전날 BBC에 "영국 성공회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고 정말로 믿을 수 있을지 사람들이 의구심을 제기한다"며 웰비 대주교가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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