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WBC 이어 프리미어12서도 선발 중책
(타이베이=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 에이스 고영표(33·kt wiz)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에서 사활이 걸린 첫 경기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12일 대만 타이베이 더하워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공동 기자회견 후 한국 기자들에게 13일 대만전 선발로 고영표가 출격한다고 공개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갑자기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류 감독은 우리 취재진에게만 따로 알렸다.
류 감독은 "대만 타자들의 스윙이 밑으로 던지면 잘 못칠 것 같다는 전력 분석이 있었다. 코치진 생각도 그렇다"고 고영표 선발 낙점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는 선발이 4명뿐이라 (첫 경기 등판 선수가) 호주전에도 나가야 하니까 그것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전력 노출을 막고자 고영표의 대만전 선발 등판을 꼭꼭 숨겨왔다.
그래서 대만은 고영표와 곽빈(두산 베어스) 두 명을 선발 후보로 설정하고 준비해왔다.
대만 언론이 두 선수 가운데 더 무게를 실었던 쪽은 곽빈이다.
대만 취재진은 지난 9일 대표팀의 첫 훈련 당시 곽빈을 지목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만 대표팀 역시 훈련 때 곽빈 투구 영상을 집중해서 구장에 틀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의 '연막작전'이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고영표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2021년 처음 10승 투수가 된 이후 올해까지 4시즌 동안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72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42회로 모두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는 부상 때문에 긴 시간 결장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로 고전했지만, 9월 이후에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2.74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고영표는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도쿄 올림픽 미국과 예선전에서 4⅔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지만,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5이닝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첫판 호주전 선발로 낙점돼 4⅓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표팀 타선은 고영표가 마운드를 지킬 때 침묵했고 결국 7-8로 패했다.
고영표는 이날 선발 발표에 앞서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첫 경기부터 잘해서 승리 발판을 만들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담은 안 되고, 우리 팀 첫 경기에 나가는 것에 책임감을 가진다.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안 쓰고, 제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만 언론은 고영표를 두고 'B조 타자들의 골칫거리'라고 표현하며 경계심을 보였다.
고영표는 "제가 제 공 잘 던진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체인지업을 좀 특이하게 던져서 그렇게 평가한 것 같다.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고영표는 첫 경기 선발 중책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18일 호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선발 자리에도 들어가게 됐다.
고영표에게 작년 WBC에서 호주에 당했던 걸 설욕할 기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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