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일상툰 그린 서나래 작가…9년 만에 연재 재개
묵은지 같은 부부생활 이야기…"제 삶의 기록이자 페르소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렸을 때는 여행을 가고, 맛집에 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을 좋아했어요. 뭔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뭐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가장 좋은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이하 낢이야기)의 서나래(41)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좋은 일상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랜 기간 일상툰(일상을 소재로 한 웹툰)을 그려온 작가의 고찰이 묻어나는 대답이다.
'낢이야기'는 슴슴하면서도 어쩐지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되는 작가의 일상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웹툰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2004년 개인 홈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했고, 2007년부터 네이버로 자리를 옮겼다.
10년 넘게 독자 곁에서 함께하던 '낢이야기'는 2015년 시즌4를 끝으로 긴 시간 연재를 멈췄다가 지난달 '계속되는 미미한 인생'이란 부제와 함께 돌아왔다.
서 작가는 복귀 계기에 대해 "올해가 '낢이야기'를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또 '마음의 소리'와 '선천적 얼간이들'이 오랜만에 연재되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시즌이 신혼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푹 삭아버린 묵은지 같은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부부간의 엄청난 일화나 작가가 겪은 특별한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작가는 "일상을 소재로 만화를 그린다고 하면 일상에서 일어난 무언가 특별한 일을 소재로 쓸 것 같지만, '낢이야기'에서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별것 없는 일상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낢이야기'의 매력 아닐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웹툰은 바로 곁에 있는 친구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그만큼 작가가 진솔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일상을 기록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서 작가는 "'낢이야기'는 제 삶의 기록이자 페르소나, 정체성이며 직업이고, 즐거운 취미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한 작품"이라며 "너무 큰 의미가 들어 있어서 '계란을 너무 한 바구니에 다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 작가가 일상툰이 아닌 다른 장르에 도전할 계획도 있을까.
그는 "여행기 웹툰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여서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해보고 싶다"면서도 "고양이 뚱이가 하루 두 번 약을 먹고 있어 몇 년째 여행은 가지 못하고 있다. 키우는 고양이들이 이제 나이가 제법 많아 최대한 이들에게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창작 스토리 웹툰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네이버웹툰에 공개된 '낢이야기'는 2020년에 대대적인 편집을 거쳐 새로 올라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10년 넘게 쌓였던 댓글이 사라진 것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도 컸다.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쌓여온 댓글들을 보면 손때 묻고 귀퉁이가 낡아버린 책을 보는 것 같아 늘 뿌듯했다"면서 "원고가 너무 오래전 것이다 보니 유료화 과정에서 (몇몇) 원고는 삭제하고, 분량이 짧은 원고를 합쳐야 했다. 모든 관계자가 댓글을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궁리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낢이야기'를 잊지 않고 오랜 기간 기다려준 독자에 대한 애정 어린 메시지도 전했다.
"독자분들도 나이가 드셔서 댓글을 쓸 힘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너무나 이해해요. 하루하루 너무 기력 없고 피곤하죠! 그럼에도 제 만화를 읽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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