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보다 학습 성과 중심으로 변해야"…'대학 대변동'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 = 조지 머서 지음. 김소정 옮김.
물리학의 탁월함은 고작 공식 몇 줄과 방정식을 활용해 빛의 움직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탄, 행성, 진자 등의 이동 경로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이동 경로는 측정할 수도, 좌표로 나타낼 수도, 수치로 계산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등이 개발한 역학(力學·mechanics)을 기반으로 한 물리학은 움직이는 거의 모든 것들을 '수'(數)로 나타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위치도 찾아낼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입자가 실험실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장비를 사용하면 그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1930년대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입자가 특정한 곳에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아예 위치 자체가 없을 수도 있었고, 우리가 관찰할 때는 특정한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우리가 보지 않는다면 입자는 모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입자에서 모호한 위치성을 지우고 정확한 위치를 갖게 하는 요인은 단 하나, 관찰자의 마음뿐"이라고 여겼다.
미국 과학저널리스트인 조지 머서가 쓴 신간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은 뇌과학, 신경과학, 인공지능(AI), 양자역학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마음과 물리학에 대한 여정을 탐색한 책이다. 저자는 현재까지 양자역학과 AI, 뇌 과학 등에 대한 연구 결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 있는 '마음의 물리학'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하나씩 탐구해 나간다.
현암사. 428쪽.
▲ 대학 대변동 = 아서 러빈·스콧 반 펠트 지음. 박혜원 옮김.
세계 최저에 이르는 출생률 탓에 한국 대학 중 상당수는 폐교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점쳐진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학의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의 인재들이 몰려드는 미국 대학조차 폐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의 위기는 경직성에 있다. 산업혁명기에 만들어진 표준 모델, 즉 4년 혹은 2년의 학습 기간, 연간 2학기, 학기당 15주, 과목당 3학점, 학점당 50분 수업 등을 고수한다는 데 있다. 일각에선 이런 표준모델이 빠른 성과와 지식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교육학자들인 저자들도 산업혁명기의 유물인 학점이 더는 학생의 발전을 측정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신 시간(학점)보다는 학습의 성과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교육 모델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신문사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형식보다는 교육 사업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문사들은 뉴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종이 신문' 사업을 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그 결과 디지털 플랫폼에 소비자와 광고 수익 모두를 빼앗기고 말았다…오늘날의 대학도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과 디지털 학습이 발전하고, 비학위 프로그램이 확장되고, 비전통적인 기관이 고등교육 시장에 진입하고, 시간과 학점 기반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고등교육의 모든 기관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분야의 사업을 하는가?' 대학은 캠퍼스, 학위, 학점 사업이 아닌 교육 사업을 하는 곳임을 잊어선 안 된다."
지식의날개.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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