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근조화환·붉은 스프레이·설립자 흉상은 오물 범벅
총장 명의 입장문 "학생들 폭력사태…엄중한 책임 물을 것"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이율립 기자 =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이틀째 본관과 건물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오전 직접 찾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건물 곳곳에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 동덕은 죽었다' 등의 문구가 붉은 스프레이로 휘갈겨 쓰여 있었고, 교내 방송으로는 항의 성명을 읽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송출됐다.
본관 등 대부분 건물은 학생들이 점거했고, 수업은 전면 거부됐다. 백주년기념관 앞에는 근조화환이 놓였고 곳곳에는 '학생 의견을 왜 무시하는가'라는 등의 쪽지들이 나붙었다. 이 건물에선 '진로 취업·비교과 공동 박람회'가 열릴 계획이었으나 학생들이 점거해 진행되지 못했다.
본관 앞 학교법인 설립자 조동식 전 이사장의 흉상은 밀가루와 계란 등 오물로 범벅이 됐다. 학생들은 항의의 의미로 본관 앞에 학과 점퍼(과잠)를 놓았는데, 400벌을 넘어섰다.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의 학생들이 연대 의미로 점퍼를 두고 가기도 했다.
동덕여대 재학생 박모(20)씨는 연합뉴스와 만나 "학교가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재학생 이모(19)씨는 학과 점퍼를 내려두며 "아직도 여성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여대가 공학으로 전환돼선 안 된다"고 했다.
총학생회 등 재학생 약 200명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학 전환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동덕여대의 창학 정신은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이라며 "대학 본부는 설립 이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장 직선제 도입, 남자 외국인 유학생 수용 관련 협의 등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전날부터 이어진 점거 농성으로 경찰도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여러분, 선생님 되시고 나중에 아기 낳고 육아하실 텐데…"라고 언급했다가 항의를 받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논란을 빚었다.
동덕여대는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김명애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공학 전환이) 아직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학생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며 "진로 취업·비교과 공동 박람회 현장의 집기와 시설을 파손했고 본관 점거를 시작하며 직원을 감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실 건물을 무단 점거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온라인에 교직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테러를 가하고 있다"며 "이 같은 폭력 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한다. 대학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성신여대와 한양여대 등 다른 여대 재학생들도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반대에 연대 의사를 밝혔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타 여대 공학 전환이 화두에 올라선 것만으로도 국내 여자대학의 존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아 마땅하다"고 했고, 한양여대 총학생회도 "동덕여대 공학 전환 움직임은 여성과 재학생의 권리를 학교의 독단적 행동으로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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